요 요 요

                            최대규

놀 시간이 없어요.

끝나자마자 달려 나가서

학원 가야 해요.

 

숙제 내주시면 싫어요.

학원 숙제도 너무 많아서 죽겠어요.

 

청소할 시간도 없는데

늦게 끝내주시면 미워요.

 

숙제 많이 내주시면 미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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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들도 나오지 않구나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

한참을 피해서 오후 4시가 넘어서나

교실 내 자리에 앉는다.

 

책걸상을 뒤로 밀어서 정렬해놓고

마루 바닥이 시원하게 제 낯을 드러내놓은 교실

말벌 세마리 중 한 마리가

누워있다.

이번 방학에 친구하는 말벌 중 한 마리가

얼마나 저 자리가 좋으면

그대로 누워서 며칠을 지낸다.

 

더운 교실 공기를 갈아주려고

창문을 모두 열고 가만히 자리에 앉는다.

 

오늘은 말벌도 찾아주질 않는다.

말벌방송국에서도 폭염주의보를 내린 모양이다.

한참을 있다가

교실 에어컨을 26도로 틀고

창문을 닫는다.

 

여전히 교실 마루 바닥에 누워있는

한 마리 말벌과 친구한다.

 

-----------------------------------------

벌들도 나오지 않구나

 

한여름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

한참을 피해서 오후 4시가 넘어서나

교실 내 자리에 앉는다.

 

책걸상을 뒤로 밀어서 정렬해놓고

마루 바닥이 시원하게 제 낯을 드러내놓은 교실

말벌 세마리 중 한 마리가

누워있다.

이번 방학에 친구하는 말벌 중 한 마리가

얼마나 저 자리가 좋으면

그대로 누워서 며칠을 지낸다.

 

더운 교실 공기를 갈아주려고

창문을 모두 열고 가만히 자리에 앉는다.

 

오늘은 말벌도 찾아주질 않는다.

말벌방송국에서도 폭염주의보를 내린 모양이다.

한참을 있다가 창문을 닫는다.

 

여전히 교실 마루 바닥에 누워있는

한 마리 말벌과 친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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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세마리

 

                                                최대규

 

말벌 세마리

한 마리가 기웃기웃하였다.

어떻게나 비행솜씨가 좋은지

내 얼굴의 절벽을 급속도로 넘어갔다

돌다가

 

 '픽 창가로 갔다'

 '천장으로 갔다'

 

요리조리 잘도 날아다닌다.

'윙윙'

날개젖는 소리가  급하고 빠르다.

 

가만히 친구하려 하는데

살짝 무섭기도 했다.

 

오늘 아침엔 교실 창문을 열고

내 자리에 앉으니

어제 그 말벌이 반갑다고

내 주위를 빙빙 멤돈다.

 

벌은 이틀정도 사람의 얼굴을 80%나

기억한다고 한다.

 

어제 혼자 노는 것이 아쉬웠던지

오늘은 제 친구 두 마리를 더 데려왔나보다

말벌 세 마리가 교실 안을 비행하고 다닌다.

제 마음대로

----------

 

토요일  점심 때쯤 교실 내 자리에 다시 앉는다.

오늘도 말벌 세 마리가 내 주위를 비행하고 다닌다.

아주 가깝게 다가오고

교실 바깥쪽 창문을 제집 드나드는 것 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집지을 장소를 찾는 것인가?

 

꿀도 없고 메 마른 교실이 장난터인가?

비행 연습 장소인가?

 

심심할만 하면 내게로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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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같은 아이들

 

                                                  송천

 

아이들이 보고 싶을까?

 

6월 마지막 주

문예창작부 1학기 마치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지은 시를

한 편씩 낭송하고

색깔이 다른 아이들이

서로를 향해 귀를 기울인다.

 

3학년 4학년 5학년 6학년

4명   3명   3명 4명

여 4/  남1, 여2/ 남1 , 여2/ 남 4

 

마지막 다음에는

자유가 줄을 선다.

 

시가 그리울까?

아이들이 그리울까?

 

일 주일에 한번씩

반짝 불 밝히고

사라지는 아이들

 

반딧불 같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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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열기

 

최대규

 

아침마다 창을 활짝 열어요.

1층

2층

3층 계단을 걸어서

4층에  올라오면

먼저 창문 열기를 합니다.

 

갑갑했던 교실들이 숨을 쉬라고

창문을 열어요.

시원한 바람이

교실을 향해 달려와요.

 

더운 아침에

땀을 뻘뻘 흘리며

4층으로 올라오는 아이들을 위해

시원하라고 창문을 열어요.

 

긴 복도를 따라 창문을 다 열고

자리에 앉아요.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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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믐달을 깨물다


                                                                 송천


그믐달과 인사를 했다.


하늘 아래 얕으마한 산언덕과 너른 들녁이

짙고짙은 어둠색과

짙지만 그래도 조금 옅은 어둔색으로

희미한 모양을

졸음에 반쯤 겨운 눈에

어눌한 미소를 띠우는 이 시간에


호박꽃보다는 더 어둠으로 짙으며

시골집 검은 가마솥에서 익었다가 식은 달콤한 단호박 샛누런 속살처럼

동녘 끝 하늘 위에 살짝 얹혀 있는 그믐달을 보았다.


하늘에는 셀 수 없는 별들의 잔치가 소리없이 펼쳐지고

저기 예쁜 아기 별들과 언니 별들

엄마 별과 아빠 별

쌍둥이 별과 친구 별들 ......

하늘 별천지의 이야기가 주저리주저리

보이지 않는 귀속으로 빨려들어와

어둠에 겨운 두 눈이

아픈 고개를 높이높이 들어올려

위로

북쪽 하늘 북극성 끝까지 치솟게 만드는 이 어둔 밤의 한 가운데에서


끝 모르는 하늘 별바닥

캄캄한 동쪽 끄트머리 얕은 산 언덕배기 위에

살며시 솟아올라

새벽을 깨우는 누구에게 인사하고

조용히 사라질

아가 손톱처럼 예쁜

그믐달을 졸음에 겨운 두 눈으로 깨물었다.

 

---------------------

철원평야에 서 있습니다.

학교 수련활동으로 철원평야에 서 있는 어느 시골 학교를 재활용한

수련원에서 하룻밤을 보냅니다.

이곳에서 하늘을 쳐다보며

그동안 배고팠던 하늘의 별

별쌀들을 마음껏 먹었습니다.

서울에선 그렇게 보이지 않던 별들을 보니

눈이 다 시원해졌습니다.

그런데 잠시 눈을 붙이고

새벽 3시에 깨어 아이들 숙소를 살펴주고

밤 하늘을 쳐다보며 별밥을 먹고 있는데

동쪽 하늘에 그믐달이 살짝 걸쳐 있었습니다.

초승달과 그믐달 사이에서 약간은 헤매고

교과서적으로만 알고 있던 나의 앎에

체험이 더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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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 마루에서

                                                 송천 최대규

하루쯤 임금이 되어볼까?

백악 마루를 오른다.

서울 한 복판의 복판

우뚝 솟은 342m 꼭대기에 선다.

 

곡장을 지나서

청운대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본다.

솟아난 빌딩 숲

히뿌연 스모그에

근시처럼 뿌옇게 도성안을 바라본다.

 

밝은 복을 바라며

남을 향해 가지런히 앉아있는

경복궁 뒤태를 비로소 본다.

앞모양만 이쁘면 반쪽만 아름다운 궁

뒤모양까지 이쁘니 참 아름다운 궁이다.

 

백악 마루에 오른다.

이 아름다운 산하

한 복판의 복판에 서서

우리나라의 앞날을 소망한다.

 

백악마루 바로 아래

청기와집에 잠깐 사는 상머슴으로부터

백두에서 저기 마라도 섬끝덩이에 사는

온 주인들이 모두

제 자리에서

살맛나는 나라가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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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음

                                             송천

밝았다.

하늘을 우러러 보는 동네

 

햇빛 환히 비추이던

산꼭대기 동네

어느 구석하나

그 빛에 닿지 않을 수 없어

모두가 환했다.

 

사랑할 때도

미워할 때도

싸울 때도

정겹게 이야기할 때도

모두가 밝았다.

 

아침이면

어둠이 모두 물러갔다.

------------------------------------------

 

밝음

 

밝았다.

하늘을 우러러 보는 동네

 

햇빛 환히 비추이던

산꼭대기 동네

어느 구석하나 햇빛에

닿지 않을 수 없어

모두가 환했다.

 

사랑할 때도

미워할 때도

싸울 때도

정겹게 이야기할 때도

모두가 밝았다.

 

아침이면

어둠이 모두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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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려있는 차들 따라

 

아직도 115km가 남았는데

널려있는 차들 따라

걸어서 가듯

기어서 가듯

 

다.

 

자리에 앉아 있어도 제 몸이 아니다.

 

신을 벗고 뛸 수도 없고

바지를 걷고 내달음질 할 수도 없다.

 

어서

길이 뚫리기만 바라며

깊은 호흡할 뿐이다.

 

 

다.

 

달려간다. 마음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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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6일(토) 아내와 함께 대전 어머니께 간다. 연휴에 고속도로는 정체... 대전까지 무려 3시간 30이나 걸렸다.

버스 전용차선도 꽉꽉 막히고 답답한 거북이 걸음을 하는 그 우등고속버스 안에서 ...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나?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나?

흙에서 와서 흙으로 가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나?

하늘로부터 와서 하늘로 가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나?

사랑으로부터 와서 사랑에게로 가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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