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달을 깨물다
송천
그믐달과 인사를 했다.
하늘 아래 얕으마한 산언덕과 너른 들녁이
짙고짙은 어둠색과
짙지만 그래도 조금 옅은 어둔색으로
희미한 모양을
졸음에 반쯤 겨운 눈에
어눌한 미소를 띠우는 이 시간에
호박꽃보다는 더 어둠으로 짙으며
시골집 검은 가마솥에서 익었다가 식은 달콤한 단호박 샛누런 속살처럼
동녘 끝 하늘 위에 살짝 얹혀 있는 그믐달을 보았다.
하늘에는 셀 수 없는 별들의 잔치가 소리없이 펼쳐지고
저기 예쁜 아기 별들과 언니 별들
엄마 별과 아빠 별
쌍둥이 별과 친구 별들 ......
하늘 별천지의 이야기가 주저리주저리
보이지 않는 귀속으로 빨려들어와
어둠에 겨운 두 눈이
아픈 고개를 높이높이 들어올려
위로
북쪽 하늘 북극성 끝까지 치솟게 만드는 이 어둔 밤의 한 가운데에서
끝 모르는 하늘 별바닥
캄캄한 동쪽 끄트머리 얕은 산 언덕배기 위에
살며시 솟아올라
새벽을 깨우는 누구에게 인사하고
조용히 사라질
아가 손톱처럼 예쁜
그믐달을 졸음에 겨운 두 눈으로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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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평야에 서 있습니다.
학교 수련활동으로 철원평야에 서 있는 어느 시골 학교를 재활용한
수련원에서 하룻밤을 보냅니다.
이곳에서 하늘을 쳐다보며
그동안 배고팠던 하늘의 별
별쌀들을 마음껏 먹었습니다.
서울에선 그렇게 보이지 않던 별들을 보니
눈이 다 시원해졌습니다.
그런데 잠시 눈을 붙이고
새벽 3시에 깨어 아이들 숙소를 살펴주고
밤 하늘을 쳐다보며 별밥을 먹고 있는데
동쪽 하늘에 그믐달이 살짝 걸쳐 있었습니다.
초승달과 그믐달 사이에서 약간은 헤매고
교과서적으로만 알고 있던 나의 앎에
체험이 더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