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로두웨 마술단. 박미연 장편 소설.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013.

2021년 5월 10일 초판 1쇄 

 

최대규님

인생에 마술 같은 순간이 펼쳐지길 응원합니다.

2022.1.5 작가 박미연이 써준 글이다. 

 

단발머리 소녀/진짜 마술/ 붉은 종이꽃 / 아버지의 소원/ 새로운 기회/ 포기할 수 없는 꿈/ 가혹한 대가/ 시험/ 돌아온 유정/ 어려운 선택/ 뒤돌아보지 않겠어/ 조선의 얼른쇠/ 나만의 마술/ 스승이라 불러라/ 하나가 둘이 되고/꺾여 버린 날개/ 다시 날아올라/ 더 넓은 세상으로

 

차례를 둘러보니 무슨 감이 잡힐 듯도 하기는 하지만 마술과 관련해서 조선 시대의 무슨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정도이다. 아, 주인공이 소녀인가 보다.

표지를 다시 살펴본다.

곡마단 , 써커스단 천막 속에 상투를 튼 사람도 보이고, 서양식 복장을 한 사람 윤곽도 있다. 항아리가 있고, 부채가 있고, 4~5명이 보인다. 얼마나 빨리 읽히게 될까? 궁금하다.

이제 시작이다.

2022년 4월 4일 월요일 아침 6:59

4월 5일 새벽에 일어나서 여러 권 읽을 책들 중에 이 책을 읽고 있다. 마술단 이야기인데, 조선시대가 아니라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조선을 강점하던 시대의 이야기였다.  덴쓰네 라는 일본 최고의 여자 마술사, 그리고 별당아기씨 같은 한 소녀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아버지가 인력거꾼인 소년이다. 이들의 만남이 책의 앞 부분에서 발단이 된다.

 

20쪽 열다섯살 동희, 보통학교를 다니다 2년만에 월사금을 내지 못해 그만두고, 신문배달과 구두닦이, 식당 종업원 같은 허드렛일을 할 수 있을 뿐 그것마저도 억울하게 쫓겨나고 마는 형편이었다. 더러운 청계천 변 하꼬방에 산다.

 

24쪽 광화문 경복궁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선합병 5주년 기념 대일본제국의 조선물산공진회, 경복궁을 훼손하고 결국 일본의 선전장으로 만들었던 그들이 그곳에서 곡마단의 공연을 벌이고 있었다. 동희는 그 소녀에게 끌려 우여곡절 끝에 돈도 없이 비싼 곡마단 공연장에 까지 들어가게 되었는데 바로 그 소녀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일본애 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조선 아이였다. 이름이 이유정, 

 

극적인 만남답게 남동희는 마술사가 되고자 마음을 먹는다. 

30쪽 "두고 봐! 나도 어떻게 하든, 무슨 방법을 쓰든 마술사가 될 거야. 유명한 마술사가 돼서 꼭 무대에 서고 말 거라고!"

하여튼 일본제국 시대의 경성 거리, 그리고 조선인 15살 남자 아이와 여자 소녀 마술사, 별로 마음에 썩 내키는 읽을 거리는 아니다. 그러기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더 궁금하다. 이 아이가 유명한 마술사가 된 다음에 조선의 독립을 위해 비밀스럽게 공작원이 되는 것은 아닐까? 과연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더 읽어보아야겠다.

 

45쪽 남동희는 마술사가 되기 위하여 험난한 길을 걷게 된다. 조선에 찾아온 유랑 마술단에 허드레일을 하는 잡부가 되어 어떻게든 마술을 배워보려고 하지만 학대를 받게 된다. 마술사가 연습하는 것을 몰래 훔쳐보다가 들켜서 두들겨 맞고 만신창이가 되어 쫓겨난다.

"이 미개한 조센징 새끼. 누구 덕에 먹고사는 줄도 모르고, 감사할 줄도 모르는 무식한 것들."

동화나 소설을 쓸 때 악역을 묘사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꼭 그런 사람이 되어서 만들어내는 나의 분신이 되는 듯도 하기 때문이다. 동화작가가 되는 길,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일제시대의 상황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에서 조센징이 된 자들의 생존방식이 오늘날 친일세력들에게는 어떻게 유전자처럼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겉의 구호와 속의 내실이 다른 식민지 치하의 온갖 실상들을 두고서 갑론을박하는 정치권의 권모술수도 토가 나올 정도로 역겹다. 하지만 이런 것이 현실이야 라고 한 마디로 퉁치고 가면 그 시대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54쪽 동희는 스스로 손수건에서 꽃이 피어나는 마술을 익힌다. 동네 친구 병수와 다시 사이가 좋아지고, 동네 중만이 아저씨에게까지 보여주게 된다. 그런데 중만이 아저씨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 "피는 못속인다." 이 정도에서 동희 아버지의 정체를 생각하게 되었다. 동희 아버지는 조선의 재주꾼이었을 것이다. 표지에 나오는 큰 항아리 같은 것이 아마도 동희 아버지가 잘하는 재주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여기서 동희는 자신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도 얼핏 듣게 된다. 

내 생각에는 아마 동희 엄마가 일본의 곡마단에 끌려간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유명한 일본의 여자 마술사가 바로 동희 엄마가 아닌가? 여기 까지 생각이 미쳤다. 과연 그럴까?

하여튼 일제 강점기 시대에 이런 왜색의 마술을 소재로 해서 아동 소설을 썼다는 것이 아직도 궁금할 뿐이다. 왜 이런 작품을 썼을까?

 

56쪽 경상도 진주에서 경성으로 올라온, 동희 아버지는 몸으로 하는 인력거꾼이 되어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면서 15살이나 된 동희가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고등보통학교가지 졸업해서 학교 선생님이 되기를 바란다. 아무리 지위가 높고 부자라도 자식의 선생님에게 굽신거리는 모습을 생각하며 동희가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선생님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희는 마술사가 되고 싶어한다. 이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 지도 궁금하다.

 

80쪽 동희는 그가 원하던 마술단에 견습생으로 들어간다. 일본인들로 이루어진 기노쿠라 곡마단, 그러나 유일한 조선인으로서 갖은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가즈오라는 나이 어린 마술사의 질투와 시기를 겪으며 겨우 살아남는다.

 

84쪽 "세상은 바뀌고 있었다. 일본이 들여온 신문물과 신기술을 배운다면 상놈이든 백정이든 대우받는 세상이었다. 하물며 조선인 최초로 마술사가 된다면 선생님과는 비할 바도 아니었다. 꽉 막힌 아버지가 동희는 답답하기만 했다."

동희의 생각을 통해 당시 조선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신분사회, 양반 중심의 조선시대가 일반 백성들에게 주었던 상실감은 일제에 의해서 왜곡되게 이용될 수 있었다. 사실 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나라가 무엇이 중요한가? 자기와 자기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되지 않는가? 이런 생각들이 조선인들에게 없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교과서적인 그런 애국애족의 생각이 과연 얼마나 당시 민중들에게 있었을까? 이데올로기는 민중들을 이용할 뿐이다. 결국 가진 자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만 유리하게 돌아가는 세상이 되고 말지 않는가?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110쪽 동희는 인력거꾼이던 아버지가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깊은 상처를 입으면서도 마술사로의 꿈을 버리지 못한다. 그리고 기노쿠라는 동희에게 기회를 준다. 작가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일까? 끈을 놓치 못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 실마리를 보여준다.

"마술의 역사는 오래됐다. 마술이 없는 나라는 없어. 각자 자신들만의 마술을 만들어 왔지. 내가 젊었을 대 아미리견(미국)에서 마술을 배울 때는 말이다.  부로두웨(브로드웨이) 극장에 온갖 나라에서 마술사들이 모였다. 중국이나 인도, 법국(프랑스), 비리시(벨기에) 뿐 아니라 애입다(이집트) 같은 아불리가(아프리카) 나라에서도 말이다. 거기선 국적이 중요하지 않았어. 얼마나 독창적이고 새로운 마술인지가 중요했지. 부로두웨 극장에서 조선에서 온 마술사는 본적이 없었다. 그러니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은 조선의 마술이 세상에 나온다면 더 놀랍지 않겠니?"

 

일본인 마술사 기노쿠라의 말이 핵심을 찌르고 있었다. 작가는 조선의 마술을 세상에 소개할 조선의 마술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그것이 동희가 핏속에 가지고 있는 조선 마술사의 기운에서 실현될 수 있음을 예상케 한다. 동희 아버지가 유물로 남겨준 항아리에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같다. 부로두웨 가 브로드웨이를 말하는 것인 줄 처음 알았다. 결국 동희는 미국의 브로드웨이 까지 가서 공연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하여 조선의 마술을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하는 마술사가 되지 않을까? 살짝 기대를 하게 된다. 거기까지다.

 

117쪽 동희는 일본에서 경성을 다시 찾아온 덴쓰네 곡마단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모아둔 돈을 다 떨어 1등석 표를 사고 곡예와 마술을 구경한다. 그러나 진짜 목적은 유정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유정은 댄쓰네의 양녀가 되어 이름도 노로 유리코로 개명하였고 16살이 되었다. 그러나 마술 공연 후에 유정을 만나게 되지만 쌀쌀맞게 동희를 대한다. 

뭔가 일이 벌어질 것인데, 갈등을 집어넣은 것이지~ 

그러나 그것도 잠시, 동희가 몇 가지 마술을 즉석에서 보여주고, 기노쿠라 마술단에서 일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동희를 보러 오겠다고 약속하며 헤어진다. 동희는 마음이~ 벌렁거렸다.

 

133쪽 이런 덴쓰네와 기노쿠라는 서로 원수 사이였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나 덴쓰네는 기노쿠라 마술단에서 일했던 적이 있고, 서로 원수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전통과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노쿠라 선생이 조선인인 널 받아들인 것도 그 때문이겠지. 정체돼 있는 자신의 마술에 새로움을 불어넣어 줄 거라 기대한 건가? 내가 그리되게 가만히 둘 줄 알고?"

이 말은 동희가 막간 마술 시간에 기노쿠라 마술단에서 마술을 보여준 후, 구경온 유정과 덴쓰네가 마술 후에 동희를 따로 만나서 거의 혼잣말을 한 것이었다. 동희는 이제 덴쓰네 마술단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는다. 동희는 어떻게 할까? 기노쿠라를 떠나서 덴쓰네로 갈 것인가?

 

144쪽 그러나 그날밤 내일이면 일본으로 떠나게 되는 덴쓰네 곡마단과 함께 일본으로 갈 작정을 한 동희를 기노쿠라는 책망하기 보다는 덴쓰네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준다. 덴쓰네는 기노쿠라의 첫 제자였다. 그러나 기노쿠라의 마술책을 훔쳐 어느날 도망했고, 진짜 마술보다는 화려한 쇼를 곁들인 마술을 펼치며 기노쿠라 마술단보다 더 유명한 곡마단으로 부상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말리지 않고 덴쓰네에게로 가도록 허락해준다. 다음의 말과 함께

"덴쓰네는 무서운 사람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누구라도 이용하고 또 버릴 것이다. 부디 조심해라." 

앞부분에서 덴쓰네가 혹시는 조선여자이고 혹시는 동희의 엄마가 아닐까? 유정이는 동희의 가족이 아니었을까? 상상을 했었는데 이렇게 보면 아닌 것 같다. 과연 어떤 존재일지? 궁금하다.

 

149쪽 그러나 유정의 아버지는 다른 사람이었다. 일본으로 떠나는 날 용산역으로 향하는 인력거에 동희와 유정이 함께 타고 가는데, 어떤 헐벗은 남자가 인력거를 막고 유정이가 자신의 딸 이심이라고 울부짖으며 말한다. 그런데 유정은 그가 바로 자기를 팔아넘긴 자신의 생부인 것을 동희 앞에서 매몰차게 말하며 멀리한다. 그렇다면 유정은 동희와 내가 생각한 그런 관계가 아니다. 또 덴쓰네의 양녀가 맞기도 하다. 한 가지는 풀렸다. 이 다음은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153쪽 정말 동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연의 연속이다. 용산역에서 일본으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도착한 동희에게 중만이 아저씨가 허름하고 산발한 모습으로 뛰어와서 비밀 이야기를 한다.

"동희야, 놀라지 마라. 네 아버지는... 원래 솟대쟁이 패의 유명한 얼른쇠였다."

솟대쟁이패라면 줄 위에서 재주를 부리는 광대 무리다. 얼른쇠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 신기한 재주를 부리는 사람이다. 칼도 먹고, 불도 뿜고, 그리고 또 빈 주머니에서 동전도 꺼내고."

조선에도 전통 마술이 있다는 그 말. 그 조선의 마술을 아버지가 했었다는 이야기였다.

시간이 없는 동희에게 중만이 아저씨는 작은 보따리를 동희 손에 꼭 쥐어준다. 이게 뭐지?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동희 아버지가 얼른쇠였었다니? 

결국 동희가 미국의 브로드웨이에 까지 가서 조선의 마술을 펼쳐보이게 될 것이구나~ 짐작이 간다. 그렇다면 그 과정이 어떠했을까? 갈등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160쪽 앗~ 그런데 반전이다. 용산역에서 가까스로 기차에 몸을 실은 동희는 중만 아저씨가 전해 준 보따리에서 조선의 마술에 대한 실마리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자기 집에 있었던 요술항아리의 비밀을 풀고 싶어졌다. 그래 수원역에서 유정이를 버리고 기차에서 내려 경성으로 돌아오게 된다. 와~ 이렇게 흘러가는 거였어. 대단한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려고? 조선의 마술을 되찾는 동희? 

166쪽 동희는 중만 아저씨에게 돌아와서 자신의 과거와 출생의 비밀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리고 조선의 최고 얼른, 곧 마술사였던 아버지가 어떻게 일제 치하에서 조선의 마술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엄마는 동희를 낳고 죽고 말은 사건에 대해 듣는다. 그리고 동희 아버지가 죽게 된 것도 무슨 독립운동과 비슷한 것에 연루되어서 그렇게 되었다는 암시를 언뜻 비췬다. 그러나 중만 아저씨는 말을 흐린다.

동희는 항아리의 비밀에 대해 궁금해했고, 중만 아저씨의 말이 이랬다.

"조선이 다시 조선의 것이 되면, 그래서 다시 얼른쇠가 될 수 있다면, 죽기 전에 그 항아리 환술을 꼭 해보고 샆다' 이것이 아버지가 남긴 말이었다.

그 요술 항아리는 동희 아버지에게 얼른쇠가 다시 되겠다는 희망, 다시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동희는 이런 사연을 알게 되자 다시 질문을 품는다. '아, 아버지에게 얼른은 희망이었구나. 그러면 나에게는 마술이 무엇이지?'

이제 동희의 앞날은 어떻게 전개될까? 브로드웨이는 괜한 말이었는가? 궁금하다.

 

180쪽 동희는 동대문 시장에서 혼자만의 얼른을 하게 된다. 친구 병수가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모아 바람을 잡아준다. 30여명의 사람들이 빙 둘러서 동희의 얼른을 구경하고 병수는 바가지를 들고 관람료를 거둔다. 사람들의 손에서 1전, 2전 들이 모아지고 동희는 조선의 마술을 보여주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된다.

 

186쪽 동대문의 배오개장터에서 길거리 마술을 하는 동희에게 자릿세를 뜯으러 건달들이 오고, 위기의 순간에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는지 모르는 기노쿠라 단장이 등장한다. 그리고 자릿세를 대신 내주고  동희에게 곡마단으로 오라고 말한다. 동희가 곡마단으로 기노쿠라 단장을 찾아갔는데, 곡마단 천막이 휑뎅그렁했다. 단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기노쿠라는 동희에게 지하실의 비밀 열쇠를 주면서 환한 낮에 남포등을 들고 지하실을 구경시킨다. 무슨 일이지?  

 

193쪽 기노쿠라는 자신의 마술의 비밀을 동희에게 언뜻 보여준다. 그리고 가즈오가 마술단을 나간 일을 말하면서 동희에게 자신과 함께 새로운 마술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다.

1년 남짓 마술을 배운 풋내기에게 이런 기회를 제안하다니~ 동화도 이런 동화가 없다.

194쪽 기노쿠라는 동희에게 앞으로는 자신을 스승이라고 부르라고 말한다.

덴쓰네 이후로 다시는 제자를 들이지 않겠다던 기노쿠라가 동희를 받아준 것이다. 그러나 동희는 이제 이런 말을 감히 기노쿠라에게 한다.

"이제 전 조선 사람들을 위한 마술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제가 제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기노쿠라는 일본인, 조선인 상관없이 마술을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조선인들도 마술을 좋아하게 된다면 어떠냐고 역시 기노쿠라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206쪽 기울어진 기노쿠라 곡마단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동희는 아버지의 항아리 마술의 비밀을 알아낸다. 병수와 기노쿠라 단장의 도움으로 용수철 원리가 항아리 바닥에 있어서 항아리 바닥이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리면 밑으로 열리는 원리를 숨기고 있었다.

내 생각에는 별 대단한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작가는 이걸 대단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듯이 생각되었다. 그 항아리가 어떻게 요술 항아리인지 깨지지도 않고 부서지지도 않고 신라로부터 천년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인지? 약간 실망이다. 그렇지만 조선의 환술, 얼른을 재현하려는 용기는 가상하다. 일제 치하에서 조선다운 것, 우리 것이 최고여 라는 오늘날의 문화주의의 그림자를 보는 듯 하다.

 

219쪽 그런데 그 사이에 놀라운 일이 있었다. 유정이가 일본에서 돌아온 것이었다. 동대문 장터에서 마술을 하는 동희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유정이는 상처난 날개 꺾인 상태였다. 유리 마술을 하다가 오른손의 손가락 두개가 잘려나가고 말았다. 덴쓰네는 그런 유정이를 몰라라하고 조선으로 돌려보냈다. 동희는 유정이에게 기노쿠라 마술단에서 같이 일하자고 설득을 한다.

이거참 뭔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나?

 

228쪽 동희와 유정은 기노쿠라 곡마단 앞에 함께 무릎을 꿇고 자기들을 받아달라고 간청을 한다. 새벽별을 보면서~ 기노쿠라는 그것을 알고나 있었던듯 마침내 동희와 유정을 받아준다. 

너무 극적인 일들의 연속이어서 참 그렇기는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이렇게 하는 것임을 알기에 보아 넘어가준다. 마지막이 어떻게 마무리 될까?

 

230쪽 조선인 최초의 마술사~ 그 마술단을 어떻게 소개할까? 기노쿠라는 자신의 이름을 딴 곡마단의 이름을 바꾸려고 한다. 그러자 동희가 이 책의 제목인 '부로두웨 마술단'으로 개명하자고 제안한다. 아 그래서 부로두웨 마술단이구나 책 제목이. 

"부로두웨 극장에는 온갖 나라에서 마술사들이 모였다. 거기선 국적이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독창적이고 새로운 마술인지가 중요하다." 이 말은 앞서 기노쿠라가 했던 말이다.

나는 동희가 우여곡절 끝에 일본에 가서 유명 마술사가 되어 미국의 브로드웨이까지 가서 조선인 마술사로 이름을 날린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방향이 잡혀 있었다.

 

248쪽 동희의 마술, 얼른, 항아리 환술은 대단한 성공을 거둔다. 물론 가즈오가 중간에 등장해서 방해를 하려고 하지만 동희의 순간적인 기지로 오히려 대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이런 성공 덕분에 경성에서 간도로 순회 공연을 떠나게 된다.

간도 순회공연이 결정난 날, 동희는 중만이 아저씨에게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동희 아버지는 단순한 인력거꾼이 아니었다. 인력거로 온 경성을 다니면서 독립군의 연락책으로 일했다고 했다. 중요한 편지나 물건을 전하고, 독립군들을 몰래 이동시켜 주었다. 그리고 결국 독립군을 돕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너무 황당한 이야기였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의 복선을 그리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257쪽 마지막은 이랬다. 간도로 가는 기차를 타고 신의주역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긴다. 중만 아저씨가 간도의 독립군에게 전해주려는 권총과 무슨 중요한 것을 가방에 싸서 가지고 가다가 일본 헌병의 검문 검색에 들킬 찰나에 동희의 마술로 위기를 벗어난다. 그리고 기노쿠라가 전해주는 한 장의 명함. 그 기차칸에 함께 있던 어떤 서양 사람이 동희를 아미리견에 있는 부로두웨 극장에 초대한다는 것이다. 

동희는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대답한다.

"가고 싶어요! 가서 조선의 마술을 아미리견에,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어요."

동희는 어느새 그 너머에 있는 세상까지고 꿈꾸고 있었다.

 

마술, 얼른을 소재로 이렇게 장편소설을 쓴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물론 구성에 있어서 약점도 있고 너무 뻥튀기를 하는 장면들도 많아서 기가 차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소설적 허구의 구성이니까 작가 마음대로 할 수 있겠다. 독립과 자유, 그리고 문화 세계시민 등 얼버무릴 주제들이 제대로 얼버무려지도록 한껏 비상을 해야겠다. 

 

해적 (1) / 최대규

( 이 동화는 실제를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모두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동화책을 내고 싶은 마음으로 할 수 있는대로 글을 올려보려고 합니다. 좋아요와 많은 소감 부탁드립니다.)

건이가 신리초등학교 운동장에 있는 정글짐 꼭대기에 올라갔다. 거기에 건이가 몇 번 올라갔었는지 모르는 할머니는 깜짝 놀랐다.
그 높은 곳에서 아무 의지도 없이 그냥 몸을 던지려고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할머니의 손으로 붙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다치지는 않았다.
건이는 몇 번이고 정글짐 구석구석을 탐험한다. 그리고 꼭대기의 꼭대기까지 올라가려고 안간 힘을 쓴다. 거기 꼭대기에 자기 두 발로 설 수 있다면 서커스단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아직 그런 수준은 아니었다.
꼭대기 바로 아래 봉에서 두 팔을 착 붙이고 몸을 곳곳하게 세웠다.
그리고 해적 의식을 행했다. 두 다리를 뻗어 독립해서 서고 팔도 쭉 뻗어 왼팔은 당당하게, 그리고 오른팔로 꽈배기를 그리듯 아래로 꼬아내리면서 인사를 한다.

건이는 올해 다섯살이다. 아직 생일이 지나지는 않았다. 생일은 3월 31일이다. 건이는 스스로 놀 수 있는 아이다. 장난감이 가득한 자기 방에서 자기 기분에 맞는 장난감 상자들을 끄집어내고 필요한 부분들을 들추어내어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오늘도 해적이야기를 즐겨 만든다. 해적에 관한 것이라면 할아버지보다 더 잘 안다.
'캐러비언의 해적' 동영상을 몇 번이나 보았는지 모른다. 엄마는 건이에게 해적과 관련된 책들을 보이는 대로 사주었다. 롯데마트의 장난감 코너에 해적과 관련된 것들은 중요한 흥정 수단이 된다. 해적선들도 벌써 10척은 넘는다. 그림으로 그린 것까지 치면 100번도 더 그려주었을 것이다.

건이가 2살 때는 핑크퐁 '아기 상어'에게 빠져지냈다. 울다가도 '아기상어'만 틀어주면 혼자 정신없이 쳐다보고 신이 나면 '아기상어' 노래에 맞추어 율동을 한다.
'아기상어' 그림, 장난감, 인형, 아이스크림, ...책...'아기상어' 마니어가 되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지낼 것 같았다. 그런데 3살이 지나서는 뭐 였더라. 나는 이렇게 기억이 안나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아야 겠다. 잠간 다녀오겠습니다.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아기 상어 -> 바다 -> 바다 탐험대 -> 옥토넛
그렇다 '바다탐험대 옥토넛' 이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이야기하는데 할아버지는 어리벙벙하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아니 귀에 달라붙지 않는 이름들이어서 더욱 그랬다.
옥토넛과 관련해서 그림책, 장난감, 유튜브 방송들 한참을 옥토넛에 빠져지냈다. 그 유물들이 건이의 장난감 방에 아직도 남아있다.

이렇게 건이는 바다와 관련해서 책들을 보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할아버지가 책읽어주는 시간이 되면 여지없이 상어, 고래, 바다와 관련된 책들이다. 왜 이렇게 바다가 좋을까? 궁금하다. 무슨 요인들이 건이의 신경세포를 자극하는 것일까?

건이 엄마는 이런 촉각들을 존중하고 건이가 끌리는 대로 온갖 교육적 조치들을 준비하고 이끌어준다. 트랜드가 그래서인가? 아니면 생래적으로 아이들의 본성에 그런 것이 있어서인가? 둘이 상호작용하는 면이 있어서인가?
중요한 것은 건이가 좋아하는 것을 최대한 살려서 탐구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놀 수 있게 한다.

그런데 건이의 당당한 해적 모습을 본 할머니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험을 한 셈이다. 다섯살 배기가 그렇게 정글짐에 올라가서 그렇게 용감무쌍하게 표정과 자세를 짓고 흐믓해하다니.
모를 일이다. 이런 경향을 어디까지 따라가야 할까? 정말 해적이라도 된다면? 노파심이 끝없이 상상의 나래를 펴는 날은 죽을 맛이다.

그래 건이가 식사기도를 드리는 집안의 분위기를 모르고 당당하게 이런 말을 한다. "해적은 기도하지 않아요." 어떻게 이런 말까지 할 수 있을까? 해적이 기도할까? 기도하지 않을까? 한번 탐구해보아야겠다.

기독교신앙으로 살아온 건이네 집안에서는 큰일 날 소리를 마음껏 해댄 셈이다. 건이 엄마는 "아니에요. 나하고 있을 때는 식사기도를 잘 해요." 라고 부연 설명을 해준다.
오늘 가족 카톡에 건이가 식사기도하는 장면을 올려주었다.
"하나님,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해요. 이 음식 먹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해요. 아멘" 비록 엄마가 옆에서 조금 코치를 해주긴 했지만 자기 입으로 또박또박 내뱉는 기도 소리에 할머니, 할아버지는 입이 헤벌려진다.

비록 멀리 떨어져 살지만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통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서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달랠 수 있다.
다섯살을 어떻게 보낼까? 혼자만의 고민은 무엇일까? 떼쟁이기도 하고, 울보이기도 하고, 용감한 해적이기도 하고, 귀여운 손자이기도 하고, 엄마의 든든한 오른팔이기도 하고, 말 동무이기도 하고, 아빠의 장난을 "장난이죠" 라고 맞받아칠 수 있는 아들이기도 한 건이...
이제 3월이면 어린이집을 벗어나 유치원에 간다. 어떤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루시가 볼 때 어른들은 오만 가지 규칙을 만들어 놓고, 아이들에게 꼭 지키라고 강요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그 규칙을 가볍게 넘기곤 한다. 규칙을 지키는 데 나이가 중요하다면, 루시도 나이를 먹으면 마음껏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뜻이다.(78,79쪽)
하얀 거짓말
'그럼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거짓말은 괜찮은 건가?'(87쪽)

그 순간, 자기 이야기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 루시도 깨달았다. 거짓말을 하도 많이 해서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처음부터 거짓말을 안 했어야 햇다. 그러면 다른 건 제쳐 두고,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를 계속 머릿속에 담고 있을 필요도 없을 텐데 말이다.(117쪽)

그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 여보. 정직하지 않은 행동이잖아.(128쪽)
거짓말하자는 게 아니야. 안 해도 될 이야기를 굳이 꺼내지 말자는 거지.(129쪽)
그게 뭐가 달라? 게다가 아이들한테 그런 본보기를 보여줄 수는 없잖아.(129쪽)

"휴, 이제 보니, 엄마랑 아빠가 널 정말 곤란하게 만들었구나. 진실만 말해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오히려 엄마와 아빠가 거짓말을 했어. 그리고 너까지 거짓말하게 만들고."(130쪽)

"엄마, 만약에 엄마가 저한테 옷을 사주셨는데 맘에 안 든다고 '거지 같은 옷'이라고 하면 나쁜 건가요?"
"그렇지"
"하지만 옷이 맘에 안 드는데 좋다고 하면 거짓말하는 거잖아요."
"좋은 지적이야, 물론 거짓말하는 거지. 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하는 것이기도 하단다."
"휴, 정직하게 말한다는 건 정말 어렵네요.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132쪽)

"정직한 것도 꽤나 복잡한 일이야."(133쪽)

(마리안느 머스 그로브, '나밖에 모르는 거짓말, 책속물고기, 2020. 8.30)

 

떠돌이 할아버지와 집 없는 아이들. 나탈리 새비지 칼슨 글. 가스 윌리엄스 그림. 박향주 옮김. 아이세움. 2001.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가스 윌리엄스 때문이다. 가스 윌리엄스는 케빈 헹크스(?)의 그림책을 보다가 그에게 영향을 준 일러스트레이터 중 한 명이었다는 것을 알고 가스 윌리엄스의 책을 검색해보았는데 이 책이 있었다.

그의 그림책을 보고 싶었었다.

먼저 가스 윌리엄스에 대해 소개한 것을 살펴본다. 그는 1912년에 뉴욕에서 태어났다. 영국에서 교육을 받았고 런던 왕립 예술 대학을 장학생으로 다녔다고 한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영국에서 교육을 받았네) 어머니는 풍경 화가였고, 아버지는 만화가였다. 그는 그림 그리는 일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한다. (참 대단한 그림쟁이네...대를 이어서) 2차 대전 중 윌리엄스는 미국으로 건너가 일러스트와 만화 일거리를 찾아다녔다. 마침내 뉴요커 지에 그림을 그리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게 되었다. E.B. 화이트의 [스튜어트 리틀] 이나 [샬롯의 거미줄](아, 그 림들이 바로 윌리엄스의 그림이었구나...참 부드럽고 자연스럽고 친근한 그림들이었는데...) 들에 그림을 그렸다.

 

지은이 나탈리 새비지 칼슨은 1906년에 버지니아의 윈체스터에서 태어났다. 딸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어린이책에 대한 영감을 얻는 칼슨은 작품들을 어린이 잡지에 기고하면서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엄마였나? 아빠였나? ) 해군 장교 부인이었던(아, 엄마였네) 칼슨은 세계 전역을 여행하며 살았다. 이 시기에 쓴 작품 중 파리 고아원에서 햏복하게 살고 있는 스무 명의 소녀들에 관한 이야기 [행복한 오프페린]이 그녀의 대표작.

[떠돌이 할아버지와 집 없는 아이들] 역시 파리에서 살던 시절에 쓴 작품, 이 작품으로 뉴베리 아너 상을 받음.

(뉴베리 어너 상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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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리의 떠돌이 할아버지 아르망

17 아르망은 아이들과 엮이는 게 싫었다. 아이들은 가정과 책임과 일정한 일자리를 뜻했으니까. 아르망은 그런 일에 등돌린 지 오래였다. 아르망은 모험을 기다리고 있었다.

 

86 집시도 온 가족이 항상 함께 살아

95 새로운 걸 배우고 싶어 이번에는 네가 집시 글자를 가르쳐줘

108 아르망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임을 난생 처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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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감동적인 동화 한 편을 읽게 되었다.

앞에서 이야기한대로 가스 윌리엄스 때문에 검색하게 된 이 책이었다. 읽기 시작하자 마자 한 달음에 읽어내려갔다. 전철 안에서 오가면서 다 읽게 되었다. 2시간이나 걸렸을까?

프랑스에도 거지가 많구나로부터 시작해서 못가진 자들, 없는 자들이 어떻게 가슴을 울리게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지를 느낄 수 있었다.

떠돌이 할아버지 아르망과 가정의 어려운 일로 집에서 쫓겨나 거리로 내몰린 엄마와 아이들, 그리고 집시들.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크리스마스 시즌의 12월에 파리의 관광 명소들, 그리고 다리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프랑스의 산타클로스[페르 노엘]에게 부탁한 선물이 어떻게 극적으로 이들에게 주어지는지 실감나도록 생생하고 감동적인 한 편의 멜로드라마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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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박향주의 말이 내용을 잘 알게 해주어서 전체를 인용해 본다.

 

"아르망 할아버지는 시간과 장소에 매여 일을 하기보다는 마음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유롭긴 하지만 헐벗고 배고픈 떠돌이가 되었습니다.

날이 아주 차가운 어느 겨울날, 아르망 할아버지의 생활이 할아버지도 모르는 새 송두리째 바뀌어 버렸습니다. 무엇이 아르망 할아버지의 마음을 변하게 했을까요? 수지와 폴과 이블린과 애들 엄마 때문이었습니다.

수지네는 방세를 못 내 추운 겨울날 거리로 쫓겨났습니다. 이 집 없는 아이들을 본 사람들은 아이들을 보육원에 보내려고 했습니다. 보육원에서는 적어도 굶지 않고 따뜻하게 자고 공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가 없는 보육원보다 엄마가 있는 배고프고 추운 천막을 더 좋아합니다. (다리 밑 노숙자들의 거처도 마다하지 않고요) 엄마는 아이들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세탁소에서 일을 하고 아이들은 군밤 한 톨이라도 엉마와 나누어 먹습니다.

수지의 가장 큰 소망은 온 가족이 한집에 다 함께 모여 사는 것과 학교에 다니는 것입니다. 아르망 할아버지는 수지의 소망을 이루어 주기 위해 자유를 포기하고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일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수지네 가족은 아르망 할아버지한테서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습니다. 집이 생겨서 가족이 함께 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르망 할아버지는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기는커녕 아이들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그것도 하루 종일 건물 안에 틀어박혀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주택관리인, 아파트 수위 같은 일이죠) 집 없는 아이들을 만나지만 않았더라면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며 모험을 즐기고 살았을 텐데 말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때요? 정말 그럴까요?

아니에요. 아르망 할아버지야말로 가장 소중한 선물을 받았답니다. 아르망 할아버지한테도 수지, 폴, 이블린처럼 착하고 예쁜 손자 손녀가 생겼으니까요. 차가운 아르망 할아버지의 마음 속에 가족을 보살피는 따뜻한 사랑이 샘솟게 되었으니까요. 2000년 겨울 박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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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내용인지 대충 짐작이 가시죠?

그런데 책을 실제로 읽어보시면 정말 감동을 받으실 거고요. 읽는 재미가 있으실 거예요. 제가 한달음에 다 읽어버렸다고 했죠. 재미가 있어요. 이야기 전개가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답니다.

 

1. 만약 내가 아르망 할아버지의 처지라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질문입니다. 저도 할아버지이니까요. 제 손자라면 당연히 그렇게 하겠지요. 하지만 노숙인인 아르망, 자유롭게 살고 싶은 아르망이 이렇게 귀찮은(?) 아이들에게 빠져서 자신의 자유를 다 반납하고 성가신 일들을 마다하지 않게 되다니요? 과연 이럴 수 있을까요?

2. 아이들이 참 아이들다워요. 프랑스 아이들은 다 이럴까요? 이런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가족으로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서로를 생각하고 또 아르망 할아버지 같은 사람에게서 따뜻한 마음이 솟아나게 할 수 있을까요?

3. 가족의 사랑보다 아이들의 안전과 보살핌을 먼저 생각하는 제도적 보호장치와 기구들은 왜 제한적일수밖에 없나요? 이런 긍휼제도를 보완하여 줄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4. 우리 사회의 어느 구석에 그래도 어려운 사람들이 마음껏 숨을 쉬고 살 수 있는 그런 여지가 있는가요?

5. 사랑은 사랑을 낳는 이 소중한 진리를 21세기 척박한 한국 사회에서도 변함없이 견지하고 나아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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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2)

 

'태양이'

'태양'

 

'태양'이 내 이름이다.

"태양아" 부르면 나는 얼른 달려간다.

그리고 꼬리를 줄레줄레 흔들며 얼굴에 귀여운 표정을 짓는다.

아니 그냥 쳐다만 봐도 귀엽다고 한다.

 

그런데 왜 내가 태양이야?

그건 내 형들, 태산, 태풍 때문이야.

그래요. 그런데 왜 태양이냐고?

 

왜 형들은 태산, 태풍이라고 이름을 지었을까?

'태'자가 공통으로 들어가네, 그래서 내 이름이 '태양'이 된거잖아.

그래도 왜 '태양'이야?

'태'자 돌림이 많은데 '태진', '태돌','태식','태만','태두','태봉', '태강', '태정', ......

 

어휴  

그런데 '태'는 무슨 뜻이지?

하기야 강아지인 주제에 무슨 뜻을 찾고 그래. 그냥 태라고 하면 태인거지.

그래도 궁금하다고.

어디서 이 궁금증을 해결하지?

 

내 궁금증은 그칠 줄 모른다.

그러던 어느날 서울에 계신 어떤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연히 주인님이 통화하는 걸 들었다.

"그런데 그 강아지있잖아, 왜 태양이라고 이름 지었어?"

 

주인님의 이야기는 꽤 길었다.

어휴, 이 강아지 머리 쪼개진다. 

이런 내용이었다. 간혹 잘 못들은 것도 있어서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태산이 이전에 '달'이라는 강아지가 있었어요.

물론 코커 스페니얼 계통이었죠.

태풍이 같이 몸집이 우락부락하고 남자같아 귀여운게 없고

그저 용맹스럽고 싸움을 잘했어요.   

오직 저만 주인으로 생각하고 다른 누구도 자기를 만지지 못하게 했어요.

그 달이가 어느날 식도가 막혀서 갑자기 죽고 말았어요.

달이 생각하느라고 저는 몸무게가 16킬로그램이나 줄었어요.

달이가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죠.

 

그러던 차에 달이를 분양받았던 곳에서 연락이 왔어요.

바로 태산이를 만나게 된 거죠. 벌써 5년전의 일이 되었네요.

가보니 강아지가 두 마리 있었어요.

태산이 그리고 한배인 암컷 강아지. 

그런데 태산이만 데리고 왔죠.

하지만 섭섭한 마음이 들어서 2주 뒤에 그 암컷까지 데리고 왔어요.

 

그런데 글쎄 그 강아지가 홍역이 걸려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집으로 데려온 후에 얼마못가서 죽고 말았죠.

게다가 그 홍역이 태산이에게 전염되어 태산이가 거의 죽다 살아난 거예요.

달이도 그랬는데 태산이까지 죽는다면......

태산이 살려내느라 돈 많이 들었습니다. 마음 고생도 심했고요.

 

허약한 태산이. 너무 몸이 약한 이 강아지가

산처럼 건강하게 잘 자라라는 뜻을 담아서 '태산'이라고 이름 지은 거예요.

2014년 이제 다섯살이 되었죠.

 

그런데  태산이를 분양 받은 후 1년 쯤 지난 2011년에 그 분양점에서 또 연락이 왔어요.

달이처럼 용맹하고 싸움잘하게 생긴 강아지가 나왔다고...

그래서 그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가서 그 강아지를 데려왔죠.

 

용맹하고 싸움잘하는 개로 크라고 '태산'의 '태'자 돌림을 따서

 '태풍'이라고 이름 지었어요.

이렇게 서울 봉천동에서 키우던 강아지들이었는데

지금 제주도로 내려와서 함께 살고 있어요.

 

제주도로 내려와서 드디어 저는 예쁜 색시를 얻어 혼인을 했고요.

가정을 꾸려가고 있어요. 내 색시는 강아지들을 너무 좋아해요.

나보다 더 좋아할 지도 모르겠어요.

우리 태산이, 태풍이 키우느라 고생이 많죠.

 

그런데 올해 5월 어느날 

내 색시와 코커 스페니얼 강아지들을 키우는 분을 만났는데,

너무나 귀여운 새끼를 낳았다고 보여주는 거예요.

어렸을 때 태산이와 비슷하게, 정말 귀엽게 생겼더라고요.

 

글쎄 말예요. 이 강아지를 보고서 내 색시가 조르는 거있죠.

집으로 데려가서 키우고 싶다고요.

태산이 태풍이 키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하여튼 태책없이 태양이를 얻게 된 거죠.

 

태양이라고 이름 지은 것은 '태'자 돌림으로

태양처럼 밝게 자라라고 해서 그렇게 지은 거죠."

 

주인님은 내가 집에 들어와서 훨씬 밝아졌다고 하신다.

그래서 내가 태양인가?

아하. 저 하늘에 떠 있는 태양만 태양이 아니라 나도 태양이네.

 

그건 그렇고

전화 속의 저 목소리 주인공은 누구지?

 

 

 

 

 

동화 - 태양이(1)

                           최대규

 

별도봉을 형제들과 산책 중이었다.

 

나는 강아지이다.

코커 스페니얼 계통이다

순수 혈통 족보에 낄 수 있는 순혈종은 아니지만

내가 똑똑하다고 주인님은 때마다

칭찬을 멈추지 않는다.

 

어제만 해도 그렇다.

목거리 줄에 매여 다니는 게 싫어서

낑낑 거렸는데

내 맘을 아시는지

줄을 풀어 주셔서 가다가

길바닥에 실례를 하지 않고

조금 옆의 숲 쪽으로 들어가

시원하게 소변를 해소하고 왔더니

글쎄 내가 똑똑하다고

서울에 사시는 엄마에게 전화로 자랑을

늘어 놓으신다.

아니 당연히 주인님들이랑 내 형제들이

자주 다니는 길인데 오줌 냄새가 나면 안되지

별 걸 가지고 다 자랑하시네

쑥스럽게

 

나는 궁금한 게 너무나 많다.

그래서 항상 코를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는다.

그런데 도대체 이 별도봉은 왜 별도봉인지 궁금해 죽겠다.

주인님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좀처럼 눈치를 채지 못하신다.

아마도 친절하고 마음씨 착한 주인님이 나의 궁금증을 알게 되신다면

하나 하나 자세하게 알려주실텐데

어떻게 나의 궁금증을 전해야 할 지 모르겠다.

 

별도봉이라?

내가 알아볼 수는 없나?

주인님은 뭔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뭐, 인터넷이라고 하는 걸로

검색을 하는 것 같던데, 우리 개는 그런 것이 있지 못하니

어떻게 궁금한 것을 알아보지?

 

별도봉은 바다 건너 제주섬에 있는 봉우리다.

해안가를 끼고 도는 올레길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나는 주인님과 함께 올레길을 산책하면서 지나가는 분들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듣게 되었다.

 

"너 별도봉을 왜 별도봉이라고 하는지 아니?"

"아니 너도 모르니 나도 아직 몰라."

"우리가 좀더 알아볼 걸 그랬지"

"너 별도봉 주소 알아?"

"그거야 인터넷 검색해 보면 나오잖아"

"그래, 그러면 검색해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화북1동 4472번지 야"

"아휴, 뭐 이렇게 복잡해, 제주특별자치도는 뭐야?"

"언제 제주도가 그렇게 복잡해졌지?"

"무슨 소리야,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데"

"얘, 우리가 그런 것 알아서 뭐할려고 그러니,

별도봉이나 제대로 알아보자"

 

"그러게 말이야. 그나저나 이곳에서 사는 분들이 잘 알고 있지 않겠어,

지나가는 분들에게 한번 물어보자."

"그래 저기 오시는 어르신께 한번 물어보자."

"좋아"

지나가던 올레길 손님이 가끔 우리가 산책길에 만나던

그 어르신에게 다가가서 왜 별도봉이라고 하는지 물어보고 있었다.

와 드디어 별도봉에 대해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이다.

나도 귀기울여서 들어봐야지.

 

"어르신 실례합니다. 저 이 근처에 사시나요?"

"그래요, 이곳이 내 고향이오."

"저, 여기가 별도봉인데요. 왜 별도봉이라고 하나요?"

"아, 그거요. 저기 바다쪽으로 벼랑, 낭떨어지가 있는데요.

제주방언으로는 벼랑이 '베리'예요.

옛말로는 '벼루'라고 했는데, 그게 '베리'가 되었죠.

그래서 바닷가쪽에 낭떨어지가 있어서 '베리오름'이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지금은 화북동의 옛마을이름인 '별도(別刀)'을 가지고 이름붙여서

별도봉이라 부르고 있지요."

"감사합니다."

"가다가 '애기업은돌'도 한번 보세요."

"애기업은 돌?"

 

여기까지가 내가 귀담아 들은 이야기였다.

나는 더 듣고 싶은데 주인님이 날 부르신다.

"태양아"

그래 나는 태양이야,

나를 사랑하는 주인님이 계시고

이 제주도 별도봉 근처에서 살고 있지

태산이형, 태풍이형이랑 같이 사는거야.

 

그런데 왜 내가 태양이지. 

  

짧은 동화부터 시작해 볼 생각이다.

동화가 무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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