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산행 이야기가 나온 것은 체육부장과 관리자들간의 입담에서 시작되었다.
6학년말 업무에 바빠서 하루에 한 두가지 실수를 범하고 마는 이 시절에 산행을 한다니...
오늘은 산행의 가벼움을 멀리하고 후관 3층에서 아이들의 건강기록부를
배정된 중학교 별로 나누는데만 2가 넘었다.
다행히 오전 수업만 하니까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었지만
6학년 졸업장의 년도가 그만 오타가 나서 전량을 폐기하고
새롭게 인쇄를 해야할 판이다. 그런데 교장샘의 상장 용지가 딱 떨어진 것이고,
졸업식 예행 연습은 내일인데 이런 일이 자꾸 발생한다. 급하게 일들이 처리된다.
다시 상장 인쇄를 맡기고, 케이스 수정을 위한 판박이를 주문하고 기다린다.
건강기록부 분철 작업이 끝나고
아이들 졸업앨범CD 작업을 마무리한다. 끝까지 속을 썩이는 아이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안으로만 감추려고 하는 아이들
끊임없이 주절이 주절이 잡담과 몸장난 속에서 갇혀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일년 동안의 마무리를 이렇게 해야 한다니, 정말 속이 터진다.
그래도 아이들의 양식을 믿고 목적지를 향해서 항해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졸업앨범을 나누어주고 개인 사진을 붙이는 작업을 3,4교시에 했다.
사고를 치는 아이는 항상 그런가 보다 또 작은 사고가 생겼다.
티칭 기법을 이용해서 (문제 상황을 포착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문제점과 그 문제를
해결해 가기 위한 방안, 그리고 그 해결 방안에 장해가 될 요소들을 찾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도록 하였다.) 생각이 좀더 안정되고 자신을 세워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학년 일을 진행하면서 이제는 중단없는 전진을 하게 된다.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체제가 받침하고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정직하게 그러나 포용력있게
사태를 파악하고 잔가지들을 치면서도 줄기를 상하지 않게 해야 한다.
하여튼 박샘의 도움으로 아이들 CD 앨범이 착착 마무리되고 있다 .어떤 작품이 나올 지 궁금하다.
내일도 조금 더 보완을 하고 CD를 굽도록 해야겠다. 3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했는데...
산행이야기를 조금 더 해야 겠다.
관악산 산행은 못해도 서울대 버들골 산보를 해보자는 의욕을 가졌지만 결국은 산보도 해보지 못했다.
그냥 졸업CD앨범 마무리하는 일에 시간을 보내다 보니, 4:40분이 되었고
컴퓨터 보조원 송샘의 차를 타고 이것 저것을 코치하면서 서울대 입구의 금수사에 도착했다.
무슨 중국집 같은 이름이지만 사실은 횟집이다. 전 직원의 회식을 준비하여 산행을 마친 직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6학년 샘들(장샘, 김샘, 권샘, 고샘, 그리고 나) 금수사로 들어가기 전에 근방의 야구공 치는 야구장에서
일반빠르기의 야구공 치기를 1000원어치씩 하였다. 500원에 17발, 처음에는 잘 맞지를 않았다. 점점 익숙해지면
조금씩 타구가 뻗어나갔다. 권샘의 의욕이 우리를 활기차게 했다.
약식의 회를 먹고 노래방을 즉석에서 벌였다. 동요 10편을 부르려고 했는데 그만 6곡 밖에 부르지 못했다.
본의 아니게 사회 아닌 사회를 보게 되었다. 자발적으로 한 일이고 즐거웠다. 왜 꼭 유행가만 불러야 하나?
하는 의문을 보기좋게 날려버린 노래방이었다. 그렇다 동요로서 분위기를 쇄신하고 전체를 참여하게 하는데
유익함이 있다. 모두들 즐겁게 참여하여 주었다.
끝나고 교과실 박샘, 배샘, 최샘, 정샘, 윤샘 그리고 6학년 장샘, 권샘, 정샘, 그리고 고샘, 정샘 이렇게 남아서 노래를
계속 불렀다. 그러나 금수사 2층에 손님들이 많이 왔고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마무리하고 나왔다.
나와서 다시 간이 야구장으로 가서 이번에는 박샘, 장샘, 나, 정샘, 윤샘, 정샘, 최샘 등이 17회 또는 34회를 타석에 섰다.
운동이 절로 되었다. 정샘은 아이들과 함께 하면 좋겠다고 하다가 조금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생각을 접었다.
2차로 호프집을 가기로 하였다. 정샘, 최샘, 정샘, 박샘, 장샘, 6명이 한참을 시간을 보냈다. 이오 호프집이었다.
장샘은 용산 참사 현장을 직접 새벽 2시에 다녀왔다면서 가슴에 맺힌 이야기를 꺼내려다 말문이 막힌 듯 하였다.
사태를 보닌 시각들이 ......우리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다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의 상황이 그저 우리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조류 안에서 함께 흘러가고 있는 것임을 생각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왠지 부조화를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에게 있는 긍정의 요소들을 놓지 않고 살려가며
부정의 요소를 치유하고 새롭게 세워가는 일을 해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교육 현장에 있는 전업 교사로서 오늘의 우리 현장의 아픔과 어려움을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쉬운 것만을 찾아간다면 우리 공동체는 어디로 가겠는가?
우리는 어려움과 아픔을 나의 것으로 삼아서 그것을 이겨나가고 나의 것으로 치유하고
살림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교사들에게 주어진 책무이다.
각기 교사들의 무한한 능력과 그 열정을 살려내어서
멋진 교육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동학년에 갇혀 있어서도 안되고
더우기 교실에 주저 앉아 있어서만은 안된다. 학교 공동체의 일에 우선 순위를 정하고 먼저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가고
모두가 한 마음으로 우리 공동체를 세워가야 한다. 저절로 세워져 가는 것이 아니다.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그것을 누군가는 짐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3차 노래방으로까지 이어지는 열기
독샘을 위로하기 위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장샘이 그동안의 동고동락을 접고 새길을 찾아가야 하는 이 싯점에서
어디까지 저들의 마음과 함께 하며 진정한 우정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19, 20일의 대부도 졸업여행을 앞두고 그렇게 한 날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