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서울교대 동문회 동작지부 모임을 기리며
2009. 12. 4 서울구암초등학교 교사 최대규
2009년 12월은 소리없이 다가와서 가려고 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신종플루의 압박이 일상생활에 가해지고 학교 생활과 사회 생활은 입에 마스크처럼 거름막이 쳐지고, 손세정제처럼 씻어도 씻어도 불안하기만 했다. 이렇게 다중이 한 공간에 모일 수 있는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하고 새로운 일인지 모르겠다. 전염병의 위협이 한풀 꺽이며 우리 생활은 다시 기지개를 편다. 올해의 10대 뉴스 1위는 단연 신종플루가 되겠다.
이렇게 올해의 10대 뉴스 1위의 영향력을 뒤로 하고 서울교대 동문회 모임이 신남성초등학교에서 열리고 있는데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나는 대학교를 두번 다녔다. 서울교대는 두번째 대학이다. 첫번째 대학은 바로 신남성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총신대학교이다. 78학번 신학과로 입학했다. 79년 8월 13일에 육군으로 입대해서 1026사태를 고스란히 겪고 1212사태와 광주사태, 광주민주화 운동 그리고 전두환 군부의 압제를 군에서 고스란히 겪어냈다.
82년 3월에 제대한 후에 총신대 2학년으로 복학했다. 종교개혁자 칼빈을 모르시는 분이 있을 지 모르겠다. 총신대학교는 칼빈의 개혁사상을 바탕으로 "전 삶의 영역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개혁신앙을 가르치는 학교였다. 나는 원래 목사가 되는 과정으로 신학과에서 공부를 한다고 했지만, 도중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싶어서 총신대를 졸업하고 1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다시 공부를 해서 서울교대에 입학하였다. 이렇게 총신대는 서울교대로 가는 도약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어머니 품 속과 같았던 총신대학교를 바라보는 이 신남성초등학교에서 서울교대 동문회를 하니까 서울교대의 졸업생으로서의 자부심이 더하게 된다. 교대 졸업 후 1992년에 성북구의 정덕초등학교에 초임발령을 받았고, 현재 구암초등학교는 4번째 학교이다. 나이가 51세이니까 달려온 세월이 달려갈 세월보다 더 많아지게 되었다.
우리 서울교대동문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이 있다. 교사로서의 삶, 18년을 교사로 지내오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동료들과 함께 그리고 동료교사들이 어려워하는 것을 말없이 짊어지고 나아오려고 노력했다. 한 사람이 말없이 짐을 지고가면 10명이 안심하면서 교사로서의 보람찬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이 편해지려고 하면 그 짐을 열사람이 나누어져도 힘이 들게 된다. 검사들은 검사공동성을 중시해서 엄청나게 조직력을 발휘한다. 검사보다 교사들은 공동체성에 더하여 생명력이 넘쳐나야 한다. 획일적인 명령하달조직으로서가 아니라 교육의 공동성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실천공동체성을 말하는 것이다. 1명의 아이를 교육시키려해도 여러 명의 교사가 필요하다. 교사들이 한 맘으로 나아가야 교육은 비뚤어지지 않고 제 생명력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는 이 공동체성을 힘차게 추구해가야 한다. 물론 획일적인 공동체성이 아니라, 둘이 합해서 10이 되는 그런 공동체성을 발휘해 가야 한다. 서울교대 동문회의 생명력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동문들이 행정직과 경영자로서 승승장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하여 배타적이고 고압적인 높은 자리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이 교육공동체성을 뒷받침하고 한 알의 밀알같이 썩어져서60배, 100배의 결실을 하는 그런 순결한 봉사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진정 우리의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사람은 교단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가는 평범치 않은 평교사이다. 우리는 진심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서로를 붙잡아주며 이끌어주어야 한다. 가르치는 교사로서 소임을 다 할 수 있도록 연로해서 힘이 빠진 동문이 있다면 뒤에서 밀어주고, 아직 달려갈 길이 쟁쟁한 신입 동문이 있다면 앞에서 끌어주며 교사로서의 직임을 멋지게 그리고 활기차게 다 할 수 있도록 서로 도와야 한다.
서울교대 젊은이~ 거룩하여라. 비록 60을 넘어서 정년에 이르러도 뒤로 물러가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더욱 앞서나가는 서울교대 젊은이로서의 기상을 드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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