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키운다면 (44) / 최대규
어릴 때는 모든 것이 크게 보였습니다. 내가 작으니, 나의 밖에 있는 것은 모두 크게 보였습니다. 나는 마포구 성미산 앞 서교동 밭 동네에서 아주 어린 시절을 보냈고, 초등학교 때와 중, 고등학교는 망원동 본토라는 57번지에서 살았습니다. 서교동과 망원동 일대를 가끔 들러봅니다. 이제는 엄청 도시화 되어서 옛날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물론 마을 길은 없어지지 않고 그 틀을 유지한 체로 새로운 집들과 건물들이 들어서 있어서 옛날을 추억할 수는 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아직도 50년 넘는 옛 모습을 간직한 한 두 곳의 집들이 회상의 도화선이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좁은 골목, 작은 터 위에서 그렇게 살았습니다.
내가 커져서 그런가? 절대적으로 달라진 게 없는데, 좁아보이고, 작게 보입니다.
이런 것은 단지 공간적인 건물이나 골목만이 아닙니다. 어릴 때 공부할 때 그렇게 높이 보이고 대단해 보이던 직업이나 직위들이 그 실상을 알게 되니 참 삶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판사, 검사, 변호사, 의사, 약사, 교사, 교수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얼마나 힘든 일들, 번거로운 일들을 하는 직업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과장, 청장, 총장, 장관, 대통령, 국회의원, 법관 ... 이들의 명예나 자리는 참으로 고단하고 괴로운 일들을 맡아서 죽도록 고생해야 하는 처지들입니다.
회사 사장, 재벌 회장, 갑부 들...
그들 역시 얼마나 머리를 싸매고 회사를 경영하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 이익을 남기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야 하는 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자기 중심성을 벗어나서 사회 공동체의 유기적 연합과 기능을 생각하면 그들이 얼마나 다른 지체들을 위해서 많은 수고로 섬기는 자리인지를 제대로 평가하고 역시 존경하게 됩니다. 그들은 모두 자기를 위해 사는 사람들이 아니고, 이웃을 위해서 자신의 생명같은 시간과 에너지를 다 드려서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자기 중심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런 모든 섬김의 직분을 자기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해롭게 하고 심지어는 살인까지도 일삼는 자리에 머무르는 경우가 너무 많기에 참으로 무서운 세상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를 먹어가고, 삶과 세상의 실체를 알아갈수록 그것들이 얼마나 순간적인 일들에 불과한 가를 깨닫습니다. 그렇게 죽자사자고 매달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최선을 다해서 실력을 쌓아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섬기는 일은 참으로 훌륭하고 위대한 일입니다. 사실 그것을 위해서 그 자리와 직분이 있는 것이죠. 하지만 아무리 좋고 훌륭한 자리와 직분도 시간이 가면 내려놓아야 합니다.
어느 직업이 가장 좋은 직업인가요? 어느 직위가 가장 좋은 직위인가요?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잠정적인 결론으로는 어느 직업이든지(물론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 직업이어야겠지요), 어느 직위이든지(물론 높은 직위로 갈수록 책임과 권한이 커지니까 보람있는 일을 할 수 있지만 그만큼 힘이 들지요) 자기에게 주어진 재능과 은사와 힘을 다해서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가장 좋겠습니다.
저는 환경미화원에 대해서 자주 생각합니다. 저의 직업이 환경미화원은 아니지만 그들의 일과 지위가 얼마나 이 사회에 중요한가를 되새기며 그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변과 자신을 깨끗하게 하는 일에 시간과 마음을 씁니다. 나도 이 지구의 한 작은 환경미화원이라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조금이라도 그분들이 헛되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자신들의 본무를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미력이라도 도우려는 마음도 있고요.
대통령이 존경스럽지만, 어릴 때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그 직업과 자리가 얼마나 중차대하고 힘든 지를 알게 되고서는 존경은 하지만 그 자리에 앉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다른 여러 직업들과 직위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저의 환경과 실력에 맞게 그런 중요한 포스트에 오르게 된다면 하나님을 의지해서 그 직무를 감당하는 일에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나의 삶의 최종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명예, 돈, 인기, 권력... 그 어떤 것도 나의 삶의 최종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잠깐 지나가고 나면 흔적없이 사라질 것들이지요. 바람이나 안개처럼 사라질 것들입니다.
저는 조금 더 나아가서 이 온 세상의 만물과 우주가 과연 얼마나 대단한가를 생각합니다. 도저히 생각의 세계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규모와 차원이 있습니다. 정말 놀랍고 놀랍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한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니 한 점도 아니고 훅 불면 사라질 먼지 같은 것들입니다. 나 자신의 존재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넓고 광활한 우주와 다양한 생명체들도 다 한줌에 불과합니다. 그 자체를 신처럼 여기고 그 안에서 영생불사를 도모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게 영생불사를 추구해보시죠. 무엇이 나옵니까?
어릴 때 그렇게 크고 높게 보이던 것들이 한낫 한점 먼지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을 뿐입니다.
자녀교육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왜 자녀들을 가르치고 자라게 해야합니까? 높은 자리와 많은 재물과 인기와 명예와 권력을 차지하게 하려고 합니까?
다 지나가는 것이지요. 돌아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들입니다.
참된 생명이 무엇인지요? 사람다운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지요?
무엇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지요?
바람에 불려 사라지지 않고 한 인격으로 존재하고 느끼고 생명을 누리는 그런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요? 어떻게 교육이 되어야 하는지요?
전도서 12장 13~14절
13.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
14. 하나님은 모든 행위와 모든 은밀한 일을 선악 간에 심판하시리라
잠언 3장 18절
지혜는 그 얻은 자에게 생명 나무라 지혜를 가진 자는 복되도다
잠언 9장 10절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자를 아는 것이 명철이니라
마태복음 11장 28~30절
28.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29.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30.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하시니라
이런 말씀들이 그냥 듣기 좋은 덕담이 아니라, 진리인 것을 가르치는 자녀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진리를 가르친다는 것은 언어로 유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생명을 얻고 생명을 발휘하여 생명을 누리며 사는 것입니다.
사람은 떡, 곧 물질의 에너지로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은 생명되시는 하나님의 말씀, 곧 영의 에너지로 살아야 합니다.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키울 수 있을까요? 성경을 줄줄 외우게 하면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