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바다앞

살갗같이 곁에 기대어 하루밤을 지새운다

바람이 창을 울린다

노래하게 한다

매운 겨울의 한 자락에서

내리던 눈이 찬비로 변하여

고요하던 바다를 깨우고

창문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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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아 고마워

 

새벽에 일어나

시원한 맑은 공기를 마시러 현관 문을 연다.

어두운 밤하늘

짙은 감색의 하늘을 쳐다보며

별을 찾는다.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을 몇 개 집 사이로 살펴보고

다시 집안으로 들어온다.

 

배가 아프다.

어제 먹은 현미찹쌀 설 익은 밥 때문인지?

 

화장실로 가서 똥을 싼다.

한국산문 12월호를 한 손에 쥐고

양 눈을 조절해서 안경 너머로 검은 활자들을 읽는다.

사람들의 보이지 않은 생각을 본다.

어쩜 이런 생각들을 해내는 거지

어머 나와 같은 생각들도 하네

어찌 이런 일들이 있는거야.

 

똥아 고마워

똥을 쌓면서 똥에 대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습관처럼 대변기에 앉아서 일을 본다

하얀 휴지를 몇번 접어서

똥구멍을 닦으면서 남겨진 똥색깔을 본다.

똥색...

별 생각없이 바지를 올리고

대변기 물을 내린다.

수북이 쌓인 똥들

색깔이 똥색이다.

똥 사이사이에 하얀 점들이 밝혀있다.

어제 먹은 현미찹쌀 손님인가?

 

물을 내리며 똥에게 감사한다.

똥아 고마워

입-식도-위-소장-대장-똥구멍을 지나면서

제대로 잘 통과해주어서 고마워

색색가지 음식물들이 제 영양소는 다 나의 몸에 보석처럼 남겨주고

나머지 것들은 똥으로 변하여 한 줄기 교향곡을 만들어가니

똥아 고마워

내 몸을 지나서 내 몸안의 지나가는 길들을 지나서

이렇게 똥으로 만들어지고 똥구멍으로 제대로 나와주어서 똥아 고마워

 

막히지 않고 제대로 뚫어주어서 고마워

내 몸을 지나가는 길로 사용해주어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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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나 별이 많은데
왜 그렇게 보이질 않는지?
없는 것이 아니야.
보이지 않을 뿐이지
보이는 곳에서는 잘 보이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안 보이는 거야.

보이지 않는 공기 속의 신선한 산소를 들이마시고
흐릇한 정신이 맑아지는데
산소는 어디에 있는건가?

나는 어디에 있는 거지.
나도 나를 보기가 어려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보아야 나를 보았다고 할 수 있나?

그래도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행진은 계속되고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인 생명의 작용은 여전히 활동하여
해 아래서 역사를 지어가게 되지.
그 수많은 선진들이 살다가 지나가고
그 흔적과 유물속에서 이렇게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게 되네.

호흡이 멈추고 땅으로 돌아갈 것과 하늘로 가야 할 것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
시간 속에서 영원이
영원 속에서 시간이
손뼉을 치고 숨어들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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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최대규

학교 가는 길은

즐거운 길


학교 가는 길은

신나는 길


학교 가는 길은

바람 처럼 가벼운 길


학교 가는 길은

구름 처럼 부풀어 오르는 길


학교 가는 길은

친구들과 함께

눈웃음 나누는 길


학교 가는 길은

새나라로 들어가는 길


학교 가는 길은

새세계로 나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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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녹슬고

 

                            송천

철은 녹슬고

철도 녹슬고

 

물은 흘러가고

물도 흘러가고

 

나무는 자라고

나무도 자라고

 

나는 여기 서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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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소리가 다가 온다

소리가 커진다

내게 닥쳐온다

소리가 멀어진다

소리가 작아진다

소리가 사라진다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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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감사 감사

감사할 것 뿐이다.

 

모든 슬픔을 거두어 던져버리고

감사 감사 감사

감사할 것 뿐이다.

 

모든 근심을 다 날려버리고

감사 감사 감사

감사할 것 뿐이다.

 

감사 감사 감사

감사할 것 뿐이다.

 

홀로 통치하시는

의로우신 하나님

자비로우신 주님께

감사 감사 감사

감사할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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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뱃속이 불처럼 뜨겁게 달아오른다.

일어나라는 신호였다.

게으른 황소처럼 제 이부자리 속에서

이리뒤척 저리뒤척

열기는 머리로 치솟고

눈 속에 멀뚱멀뚱 화면이 드려진다.

온갖 생각들을 그려대며

경우마다 제가 만든 척도로 재어보고

근심에 사로 잡히고

묘책을 찾아 끙끙 댄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일어나서

무릎을 꿇고

하나님 아버지와 교통하는 것인데

하루를 편하게 지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항해도 제 방향을 잃지 않고

험난한 파도들을 헤치며

쓰러지지 않고

거친 풍랑을 넘어서

목적지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모든 염려와 걱정을 맡아주실 분에게 맡기고

내가 해야 할 지극히 작은 일을 감당할 지혜를 구하고

쓰러지지 않고 짐지고 나아갈 힘 주시기를 구한다.

 

아침에 주와 사귐을 갖는다.

주의 음성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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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에

 

아침이 밝아온다.

검푸른 어둠이 서서히 물러가고

밝은 날이 다가온다.

 

묻건대

이 밝은 아침이 오기 위해

네가 한 일이 무엇이냐?

이 어둠이 물러나게 하기 위해

네가 공들인 일이 있더냐?

 

이렇게 아침이 오는데

무슨 수로 어둠에 거하여

뒤로 물러설 수 있는가?

 

살아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아들이

하나님의 크신 은혜 안에 살고 있음을

온 생명으로 마주하고 살아가면서

어찌 기쁨과 감사의 찬송이 그칠 수 있겠는가?

 

이렇게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무엇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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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문(舊聞) 덩어리

 

우리 집 식탁엔 신문(新聞)이 매일 쌓인다.

매일 날아오는 신문들이

펼쳐지면 집 안을 가득 메운다.

아들도 보고

아버지도 보고

딸도 보고

엄마는 살짝 심심할 때 본다.

 

어제 온 신문 위에

오늘 온 신문까지 겹쳐서

집안엔 신문 투성이다.

 

거실 탁자에도

피아노 위에도

소파 위에도

식탁 위는 물론

여기 저기에 널려있는 신문

거두어 모으면 민둥산이 된다.

 

오늘 아침에도

신문이 철대문 넘어로 던져진다.

'신문이요"

소리도 없이 신문이 넘어온다.

어제 온 신문을 구문으로 내모는 신문

민둥산처럼 쌓이기 전에

폐휴지 바구니에 버린다.

 

어느 새

사라진 구문 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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