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아 고마워

 

새벽에 일어나

시원한 맑은 공기를 마시러 현관 문을 연다.

어두운 밤하늘

짙은 감색의 하늘을 쳐다보며

별을 찾는다.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을 몇 개 집 사이로 살펴보고

다시 집안으로 들어온다.

 

배가 아프다.

어제 먹은 현미찹쌀 설 익은 밥 때문인지?

 

화장실로 가서 똥을 싼다.

한국산문 12월호를 한 손에 쥐고

양 눈을 조절해서 안경 너머로 검은 활자들을 읽는다.

사람들의 보이지 않은 생각을 본다.

어쩜 이런 생각들을 해내는 거지

어머 나와 같은 생각들도 하네

어찌 이런 일들이 있는거야.

 

똥아 고마워

똥을 쌓면서 똥에 대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습관처럼 대변기에 앉아서 일을 본다

하얀 휴지를 몇번 접어서

똥구멍을 닦으면서 남겨진 똥색깔을 본다.

똥색...

별 생각없이 바지를 올리고

대변기 물을 내린다.

수북이 쌓인 똥들

색깔이 똥색이다.

똥 사이사이에 하얀 점들이 밝혀있다.

어제 먹은 현미찹쌀 손님인가?

 

물을 내리며 똥에게 감사한다.

똥아 고마워

입-식도-위-소장-대장-똥구멍을 지나면서

제대로 잘 통과해주어서 고마워

색색가지 음식물들이 제 영양소는 다 나의 몸에 보석처럼 남겨주고

나머지 것들은 똥으로 변하여 한 줄기 교향곡을 만들어가니

똥아 고마워

내 몸을 지나서 내 몸안의 지나가는 길들을 지나서

이렇게 똥으로 만들어지고 똥구멍으로 제대로 나와주어서 똥아 고마워

 

막히지 않고 제대로 뚫어주어서 고마워

내 몸을 지나가는 길로 사용해주어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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