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라지1)

최대규 


정말 사랑해야 할 사람이

원수처럼 되어버리는 어두운 현실

못되고 뿔난 사랑

결손은 점점 커지고 관계는 점점 벌어진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 버렸는가?

그냥 그렇게 길들여져 가야 하는가?


막막하고 답답한 지경에

아무데나 큰 소리라도 지르고 싶고

소망은 눈곱만큼도 없어 보인다.

 

그냥 때려 치고 떠나가야 하는가?

맨 주먹 한 방으로 무너뜨려 버려야 하는가?


가슴은 떨리나

입에 자물쇠를 잠그고

묵묵히 잔 호흡을 내뱉는다.


미움이 생긴다고 그것에 사로잡혀야 하는가?


아픔을 곱씹고

사랑의 결핍에 마음 졸이며

미움을 연료로 다시 불을 붙인다.


어둠을 이길 수 있는 빛으로

오늘을 그렇게 애태우면서

한 걸음 앞으로 애오라지 나아간다.


1) 애오라지 :  ‘겨우’의 힘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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