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눈물이 헤퍼졌나 몰라.

책 한권을 읽고도,

영화 한편을 보면서도

여러 번 여러 번 눈물을

찔끔찔끔

다.

 

제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우리반 책읽기광 예진이가 읽으라고 학교 도서실에서

빌려준 책을 다 읽고 너무 가슴이 벅차서 입니다.

책 제목은

<프린들 주세요> (사계절-사계절 중학년문고 2-앤드루 클레먼츠 창작동와,

                        햇살과 나무꾼 옮김, 양혜원 그림, 2001) 입니다.

 

개구장이이지만 생각쟁이인 5학년생 닉 앨런과 그의 담임 선생님 로렐라이 그레인저 선생님과의

기가 막힌 전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언어에 대해서, 그리고 낱말의 생성과 그것의 사회적인 영향력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도록

하는 아주 재미있고 창의력 넘치는 이야기입니다.

진보와 보수의 대결, 진정한 권위의 문제, 선생과 제자의 관계, .............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생각할 것이 많은 책입니다.

 

다음은 5학년 때 약속한지 10년후에 그레인저 선생님이 닉에게 보내준 편지입니다.

 

<프린들 주세요, 146~149쪽>

사랑하는 니콜라스에게 이 사전의 541쪽을 펴 보아라.

프린들[명] 잉크로 글씨를 쓰거나 표시를 하는 데 쓰는 도구(임의로 만든

 신조어:1987년 미국의 니콜라스 앨런이 처음 쓴 말→(참고) 펜 >

 

이 최신 사전은 내가 학생들에게 숙제할 때 쓰라고 추천하는 사전이다. 학생들에게 새로운 말이 어떻게 사전에 올라가게 되는지 설명할 때는 반드시 ‘프린들’이라는 낱말을 찾아보라고 하지.

우리의 작은 전쟁이 끝나면 너에게 보내기로 약속했던 편지를 함께 보낸다.

이것으로 전쟁은 끝났다.

너의 선생님

로렐라이 그레인저

 

니콜라스에게

네가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프린들이라는 낱말이 사전에 올라간 거겠지. 축하한다.

사람은 해가 뜨는 것을 지켜볼 수는 있지만 그것을 늦추거나 막거나 거꾸로 되돌릴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려고 했지.

처음에는 나도 화가 났거든. 그건 사실이야. 펜이라는 낱말이 하찮은 것인 양 밀려나는 것이 못마땅했지. 하지만 깃털을 뜻하는 라틴어가 피나가 아니라 ‘프린딜루스’였다면, 너는 프린들 대신에 펜이라는 낱말을 만들어 냈을 거야. 해가 뜨는 것처럼 반드시 일어나는 일들이 있지. 그럴 때 우리는 그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

프린들이라는 낱말은 세상에 태어난 지 3주도 안됐어. 난 이제 이것이야말로 교사로서 소망하고 꿈꿔온 기회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총명한 학생들이 고리타분한 교실에서 배운 생각을 받아들여 그것을 세상 속에서 실제로 실험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회인 거야.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가슴을 설레며 지켜보고 있다. 그걸 지켜보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야.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내가 작은 역할을 맡아야 할 것 같구나. 그래서 악역을 선택했다. 근사한 이야기에는 반드시 악당이 등장하잖니?

언제가는 너에게 용서를 빌테니, 너도 용서해 주길 바란다.

넌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니? 그럼 이것도 한번 생각해 보아라. 내가 처음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에는 달에 가 본 사람도 없고, 우주 왕복선도 없고, 시엔엔(CNN 뉴스 전문 방송국)방송도, 기상 위성도 없었다. 비디오도, 시디도, 컴퓨터도 없었지.

세상은 끊임없이 변해 왔어. 그래서 나는 영원히 변함없는 가치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려고 애써왔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금방 낡은 것이 되고 말지. 하지만 언어는 아무리 오랜 세원이 흘러도 변함없이 중요한 것이란다. 언어는 누구에게나 필요하지. 생각하는 데도, 글쓰는 데도, 꿈을 꾸는 데도, 뭔가를 바라거나 기도하는 데도 쓰이지. 그래서 나는 사전을 사랑한다. 사전은 쉽게 변하지 않아. 유용하기도 하고, 너도 이제 알겠지만, 사전은 변화하고 성장하기도 하지.

다시 한 번 축하한다. 그리고 별것 아니지만 선물도 함께 담았다.

그레인저

<선물> 프린들 펜

 

 

닉은 선생님의 눈을 떠올리며, 비로소 그 특별한 눈빛이 무엇을 뜻했는지 깨달았다.

꾀쟁이 선생님! 선생님은 그동안 줄곧 프린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프린들과 맞서

싸우면서 사실은 프린들을 도와주고 있었던 것이다.

하얀 봉투에는 길쭉하고 납작한 상자가 들어 있었다. 닉은 봉투에서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거기에는 10년 만에 보는 것이 들어 있었다. 파란 뚜껑이 씌워진 낡은 밤색 만년필.

선생님 가장 아끼던 것이었다. 그리고 만년필 뚜껑에는 조그맣게 접힌 종이가 꽂혀

 있었다. 거기에도 글이 쓰여 있었다. 아주 짧은 글. 딱 한마디였다. 프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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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꼭 책을 읽어보시고 소감을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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