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햇빛
최대규
맑은 날
밝은 낮
붉은 낯
이 좋은 하늘 아래 세상
서로 사랑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는 세상
왜 낯이 검으냐
왜 낮이 어둡냐
왜 날이 흐리냐
모두 그 누구 책임이라
하늘에 삿대질 한다.
구멍이 뚫리지는 않지만
송곳으로 찌르는 것보다
더 촘촘한 아픔에 찔려
날은 흐리고
낮은 캄캄해지고
낯을 들지 못한다.
그래도
하늘 아래 모든 이에게
비는 내리고
비개인 후엔
때묻지 않은
맑고 밝은 햇빛
온누리에 덮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