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년 동안 절대 말 안해. 허은미 글/김진화 그림. 웅진주니어. 2011
요즘 쏟아져 나오는 그림책도 셀 수 없이 많은데, 왜 이런 책을 보고 있어요? 보다보니까 그런 거죠. 무슨 목록을 가지고 보고 있지는 않아요.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을 찾다가 보게 된 책들을 보고 있어요.
백만년이란 시간? 참 긴 세월이다. 아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고? 몇년을 살았다고, 학교에서 만이라는 단위를 수학 시간에 배우려면 몇 학년이 되어야 하더라? 그런데 백만년이라고? 말도 안돼?
절대 말 안해를 강조하기 위해 수사로 집어넣은 말이지.
하여튼 절대로 말 안해...누구하고? 백만년동안이나?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정말 너 화났구나~ 얼마나 화가 난 거야? 왜 화가 난 거야? 누구때문에 그런 거야? 너의 잘못은 없니?
심상치 않은 표지 그림은 아이~ 눈썹을 가리고 눈 위까지 머리칼이 길러졌다. 누가 그렇게 잘라주었지? 엄마인가? 아빠인가? 아니면 헤어숍에서 헤어디자이너에게 그렇게 잘라달라고 아이가 말을 했나? 양팔을 맞짱끼고, 입을 뾰족 내밀고,....절대로 말 안해~ 백만년동안... 그래서 어떻게 되지? 다음 이야기는?
글쓴이 허은미 작가는 '따스한 햇살이면서 동시에 따가운 뙤약볕'이기도 한 (양면성이 있는데) 한 가정에 안착한 지(다행이네 안전하게 가정을 꾸리고 있군요) 20년쯤 되었다고 한다. (꽤 고수시겠지요?) 두 딸의 엄마로서 공정하고 안전한 세상 만들기에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 몸의 구멍][돌돌돌 내 배꼽][똥은 참 대단해][울퉁불퉁 화가 나][너에겐 고물? 나에겐 보물!] [달라도 친구][진정한 일곱살] 등의 작품을 책으로 냈습니다.
그린이 김진화는 이제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어린이 마음, 어른 되어도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것은 여전히 어려워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어려움을 함께 할 가족이 있어 힘을 얻는 사람이고요. 어려움 앞에서 너무 강해지려 하지 말자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지? 유연성이 있어야지? 융통성도 있고?)
[친구가 필요해][어린이 박물관 고구려][니 꿈은 뭐이가?][기록한다는 것] 등의 책을 만들었습니다.
자,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주인공의 이름은 모르겠어요. 속표지에 그 아이는 털목도리의 실을 뜯어내고 있어요. 무얼 하려고 하는 것이지? 그런데 무릎을 꿇고 그렇게 하네요. 무슨 벌을 받고 있는 건가?
1. 아니 엄마가 화를 내는 걸 못참는군요. 왜 내가 제일 좋다면서 툭하면 화를 나한테 내냐고요...(니가 화날 짓을 하고 있잖아~)
2. 내가 사달라고 하는 건 비싸다고 하나도 안 사주면서 엄마가 좋아하는 것만 잔뜩 사고(아이고 화나겠다.)
3. 몸에 나쁜 음식 절대 먹지 말라면서 엄마는 만날만날 커피 마시고
(이거야 엄마는 어른이니까 그렇지..아니 어른도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은 먹지 않아야 하는데, 커피가 몸에 좋지 않나? 유익한 점도 많다고 하는데 어디서 커피가 몸에 좋지 않다고 들은 거니? )
그런데 이건 정말 화나겠다. 팝콘... 그래 몸에 안 좋다고 하면서 내가 세 알 먹을 때 엄마는 두 주먹이나 먹고...(정말 화나겠다) 너무해~
4. 이젠 아빠에게 화를 내네...
왜 그런데? 아빠는 늦게까지 텔레비전 보면서 나보고만 일찍 자래.
(꼬마니까 그렇지, 일찍 자야 쑥쑥 크잖아~)
아빠는 더 뚱뚱하면서 만날 나보고 뚱뚱하다 그러고(아이고 이건 아빠가 문제이네, 아이야 뚱뚱하다가도 쑥 자라면서 멋지고 날씬해 지는데, 아빠는 뚱뚱한 것 그대로 있으면 성인병 때문에 고생하는데...아빠가 문제네...)
5. 아빠 마음대로 강아지도, 햄스터도, 병아리도, 거북이도 기르는 것 안 된다고 너무해, 정말 너무해
(아이들의 마음은 이런 애완동물들 때문에 얼마나 정서적으로 좋은데, 그냥 털 때문에, 냄새나고 지저분하다고, 일찍 죽는다고, 핑게 다운 핑게를 대네...어른들 중심으로...그런데 너가 이런 것 다 치우고 깨끗하게 할 거니? 말로만... 다 어른들에게 돌아가잖아. 그러니까 안 된다고 하는 거지)
6. 야~ 언니도 너무하다고
(아 그러고 보니, 너는 여자 아이였구나...별로 그런 걸 알 수 없었는데)
(언니는 몇 살이고, 너는 몇 살이니? 몇 살 차이가 나는 거지?)
언니만 예쁘고, 자기만 똑똑하고, 자기만 날씬한 줄 알아...발레를 왜 하는 거지? 몸매 유지를 위해서 그런가? 너는 발래 안하니? 어떻게 언니가 자기 자랑을 하는데, 궁금하네.
7. 언니가 자기 물건 조금만 만져도 화내지..(그건 언니 마음이야)
그런데 왜 내 물건은 멋대로 만지냐고(그것도 언니 마음이야)
자기는 맛있는 거 먹을 때 한 입도 안 주면서 내가 맛있는 것 먹을 땐 귀찮게 따라다니면서 조금만 달라고 하지(야, 이것 정말 화나겠다. 언니 주지마~)
8. 그런데 그래서 가족 같은 건 필요없다고...(그렇겠다. 내 마음도 몰라주는 가족이 무슨 소용이야. 그렇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나?)
9. 이제부터는~ 내 마음대로 살 거야...어떻게 살 건데? 누가 막아도 내가 하고싶은 것은 다 하고 살겠다고..
그런데 조그만 생각해봐... 내가 없으면, 내가 이 가정에 없으면...
장수풍뎅이 밥은 누가 주지? 아빠 장난은 누가 받아주고? 엄마 커피에 설탕은 누가 넣어줘? (별 걱정을 다하네... )
그래 이번 한 번 더 참는거야..
앞으로 한 번만 더 그러면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할 거다...
가족이란 실로 묶여있는 이 가족... 막내의 불평과 하소연이었습니다.
정말 이러면 곤란해져요... 이러기 전에 막내 마음도 헤아려 주세요.
가족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마시고요. 막내라고 어리다고 얕잡아 보지 마시고요. 이심전심으로 마음을 알아달라고요.
** 허은미 작가의 짧은 글을 김진화 아티스트가 맛깔나게 그림으로 엮어주었네요...재미있어요. 그림이...어떻게 이런 글에 이런 그림이 나오는 거죠? 작가와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셨나요? 그러셨겠죠...
그런데 땅굴을 파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가족들의 모습은 뭐예요. 하기야 땅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는 하네요. 이 아이도 땅굴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포크레인으로 구덩이를 파고 ...
*** 꼬마라고 무시하지 마세요. 요즘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게 늘어나고 있잖아요. 가족에게서 푸근한 사랑을 얻고 지친 마음이 새로운 힘을 얻도록 도와주세요. 아이는 어른의 장난감도 아니고, 어른들이 대리만족을 성취하는 도구도 아니고, 아이는 사람이고 인격이랍니다. 어른과 똑같은 인격이고 받은 대로 주고, 받은 것 이상으로 갚아주는 사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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