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 피터 브라운 글. 그림/서애경 옮김. 사계절. 2014.
신사모를 쓰고, 나비 넥타이를 메고, 정장을 한 호랑이.
얼룩말 처럼 생각되기도 하는데. 단순화한 도형들로 숲을 꾸몄다.
그 가운데 호랑이 씨라고 생각되는 호랑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을 바라보고 있다. 나비들도 몇 마리 날아다니고 있고.
무슨 이야기가 전개되려고 그러나?
호랑이 씨라고 부른 것도 그렇지? Mr. Tiger 이런 식으로 제목을 붙였을까? 호랑이 씨가 숲으로 가다니? 그러면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나? 궁금하네...
속지가 블럭으로 쌓은 담벼락이다. 답답, 갇힘...
속표지에는 신사모만 있다. 아무래도 동물원이나 서커스단에서 활약하던 호랑이 씨에 대한 이야기 같은데...
1. 이런 모두가 동물들이다. 도시에서 사슴, 코뿔소, 소, 토끼, 다람지, 염소, 코끼리, 영우, 원숭이, 말, 사자, 돼지, 두더쥐, ...들이 정장을 하고 걷고 있다. 모두 잘 살고 있다. 호랑이 씨만 배고... 왜 그렇지? 무슨 문제가 있는거야? 피터 브라운의 개성있는 도형 중심의 그림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2. 호랑이 씨는 바르게만 사는 게 싫어졌다.
격식을 갖추고 서로에게 예절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그런 도회의 삶, 겉모습이 그럴듯한 그런 삶이 싫어졌다는 것인가?
형식적인 격식을 갖춘 인사, 표정이 떨떠름하다. 만족하지 못한 모습. 이건 호랑이를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이다. 호랑이 같은 그런 사람이 불만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3. 그런데 집들이 모두 틀로 찍어낸듯, 반듯하고 비슷하다. 아니 똑같다. 요즘 도시의 아파트들 처럼(물론 아파드들도 각기 개성있게 지어내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초기의 아파트들, 틀로 찍어내듯 사각지고 직육면체의 건물들 속에서 갑갑했다. 그래 뭔가 좀 삐뚜로 살고 싶었단다. 호랑이씨가...그러면 어떻게 살 건데?
4. 그러던 어느날 호랑이 씨가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다. 피터 브라운은 네 개의 모습으로 그 변화를 그려내고 있다. 눈동자가 돌아가... 직립보행이 아니라 네 발로 걸어다니니 호랑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아직도 신사모에 정장 차림이다.
5. 이제 어떻게 되려나? 이웃들은 호랑이 씨를 어떻게 대하려나?
날이 갈수록 호랑이 씨의 엉뚱한 짓이 더욱 심해졌다. 큰 소리로 '어흥' 지르기도 하고, 다른 친구 동물들은 그런 호랑이 씨의 행동에 어리둥절하며 이상하다고 미쳤다고 했지...이웃과 친구들이 이렇게 비난을 하는데도 엉뚱한 짓을 계속 하면 될까?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어쩌려고 저리나?
6. 드디어 호랑이 씨는 짜여진 신사복 정장과 신사모를 벗어버리고 본래의 호랑이 가죽털만 입은 그냥 호랑이, 네 발로 다니는 호랑이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우와 호랑이다... 그러면 어쩌려고?
7. 친구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호랑이 씨에게 차라리 숲으로 가서 멋대로 살라고 모두 한 수 거들었지요... 호랑이 씨도 동의했어요.
"옳지, 바로 그거야!" 도회에서 숲으로...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그곳으로 갔어요... "어흥!"(아주 큰 소리로)
8. 그런데 문제가 있을까요? 그래요. 호랑이 씨는 외로웠어요... 친구들, 도시, 집이 그리웠어요. 숲에는 나무만 있고 다른 동물들이 없네요.
그럴 수도 있나? 그러면 호랑이 씨는 어떻게 할까요?
9. 호랑이 씨는 돌아가기로 했어요...친구들이 반겨줄까? 그렇게 시원하게 자유롭게 형식을 벗겨버리고 마음껏 뛰어다니며 즐거웠는데... 다시 그 속으로 들어가면 잘 살 수 있을까?
그런데 호랑이 씨가 돌아와 보니... 다른 친구들이 바뀌고 있었어요. 두 발로 걷던 동물들이 네 발로 걸어다니고 뛰어 다니고...어떻게 되었을까요? 호랑이씨는?
10. 이제 호랑이 씨는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게 되었어요.
정장을 벗고 싶을 때는 정장을 벗고 숲에 가서 네 발로 걸어다닐 수 있었고요. 정장을 입고 신사모를 쓰고도 네 발로 걸어다니기도 하고요. 다른 셔츠를 입고 지붕 위에 앉아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모두가 그렇게 살게 되었데요... 어떻게요? 모두가 정장을 벗어버리고 숲 속으로 가서 숲 속에서 살 수가 있게 된 것이지요.
** 피터 브라운은 [호랑이 씨 숲으로 가다] 라는 작품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요?
- 사람들은 모두 동물들이다. 본색을 감추고 형식 속에 자신을 숨기고 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를 하느라 힘들어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을 그렇게 길들이고 있다.
-이런 길들임에서 벗어나서 본성대로 살아라.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말고 너부터 자연스럽게 끌리는대로 본성을 따라 행해보라. 그러면 처음에는 많이 외로울 거다. 하지만 너의 모습과 행동에서 다른 사람들이 본받고 싶은 것을 따라서 그들도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숲에서 자유롭게 본성적으로 함께 어울려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도회에서 자연으로
도식에서 숲으로
** 루소의 에밀이 생각나네요... 자연으로 돌아가자. 자연적인 본성으로, 성선설...그런 것도 있겠지만, 형식에 매여 있는 현대인들의 짜여진 삶, 빈틈없는 삶에서 벗어나 자연과 벗하는 자연스런 삶을 희구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피터 브라운의 개성 있는 그림과 스토리에 얹어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마음이다. 향기가 난다.
뒷면 속지는 벽돌 벽이 아니라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의 장면이네요....
<멋지다 호랑이 씨! 좀 엉뚱해도 좀 별나도 좀 괴짜여도 좋아...>
2014 보스턴글로브 혼 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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