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에 걸어서 출근을 하였다. 집에서 콩나물밥을 간장에 비벼서 먹고 “다녀오겠습니다. 부인” 인사와 함께 상쾌한 아침 길을 걷는다.

내가 넘어오는 고개길 좌측에 봉천동 천주교 성당이 있다. 들어가는 입구에 쇠사슬이 걸려있다. 차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함이다.

이런 생각을 하였다. 16세기 루터와 칼빈에 의해서 큰 획이 그어져서 로마교회와 다르게 개신교회가 서게 되었다. 이것은 한 종교영웅이 일으킨 역사적 사건이 아니다. 이들 이전에 하나님의 말씀을 연구하고 성경을 번역하며 그리스도에 대한 바르고 참된 신앙위에서 살려고 박해를 마다하지 않고 온갖 고생과 역경을 감내해온 이름없는 신자들의 행렬이 줄을 이어왔다. 그러니 칼빈이 하나님의 말씀을 제네바 강단에서 전할 때 그것을 들을 수 있는 귀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들 역시 하니님께서 미리 준비하신 자들이고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자들이다. 구원의 날에 세상을 바라지 않고 오직 하늘의 그리스도를 바라며 믿음으로 산 자들이다.

결코 종교개혁은 하루 아침에 무슨 이벤트처럼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획시기적인 물결이 차고 넘쳐서 폭발한 역사적 사건이다.

그런데 문제는 로마교회의 양태이다. 로마교회는 분명히 역사적인 과오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교회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단순히 보편적이고 역사적인 전승과 전통에 터해 있고, 성자들의 공덕에 기초해 있다고 하면 그것은 불교나 기타 다른 종교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오늘날 종교다원주의의 사상을 받아들이고, 종교화해 앞장 서서, 부처의 탄생을 축하하고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는 이런 작태가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어디서부터 발원하여 그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는지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가서 생각해볼 일이 있다.

단순히 역사를 거론하기 보다, 오늘날 로마교회가 적어도 한국 땅에서 어떤 정신적, 영적인 지도력을 가지고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가를 넘어서서 이 거대한 조직을 누가 과연 떠받치고 있는가이다. 그리고 이 로마 교회가 사탄의 앞잡이라는 단순한 전제를 가지고 보면 더 명쾌하게 하늘의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그 교회를 세우시는가?를 대비하여 알아볼 수 있다. 얼마나 로마교회의 존재와 활동 양상이 다양하고 선미(善美)하며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려고 하는가? 민주화의 최첨단에 서고, 장애우들의 가슴을 쓸어담고, 노인문제의 산적한 과제들을 떠안고, 환경과 생명의 보호와 보존에 열과 성을 다하는 그 모습들에서 과연 종교의 최고봉의 모습을 보지 않는가? 더 이상의 종교가 있는가? 심지어 하나님보다 더 크고 넓은 가슴으로 종교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감싸안아 주며 세계의 분쟁과 분열을 다 보듬어 풀어가려는 그 진지한 노력과 시도를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

그런데도 로마교회가 참교회가 아닌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교회를 보존하시고 양육하시는 방법이 무엇인가? 과연 신비이다. 하늘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의 수준이 어떠한가? 그것의 능력이 어떠한가? 이것을 바르게 알아야 한다. 그리고 땅에 속한 것이 아닌, 하늘에 속한 능력의 참 모습이 무엇인가?를 알고 속지 말아야 한다. 사람의 지혜로운 것이 하나님의 어리석은 것을 넘어설 수 없다.

누천년의 사람의 지혜가 모이고 모여서, 그리고 그 공덕이 쌓이고 쌓여서 종교의 공력을 발휘할 지라도 거기에 그리스도가 계신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를 참되게 믿고 그와 연합된 몸된 교회의 실체는 어떠한가? 역사를 통하여 연속되는 그리스도의 통치를 현재적으로 받아 나가고 있는 교회공동체가 어디에 있는가?

사람의 수준으로 낮추어서 종교를 해석하고 재단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육신을 부인하고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통치하시는가를 바르게 알고 그 앞에 열복하여야 할 것이다. 눈이 있는 자에게 보이고, 귀가 있는 자에게 들리는 것이지, 눈도 없고 귀도 없는데 보고 들을 수가 없다.

고민의 고민을 더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 것도 자랑할 수 없는 사람이 누구를 재단하려고 드는 것인가? 결코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에서 보여주신 거기까지 가고 거기서 멈추는 일로서 그 우상숭배와 미신적인 신앙에 설 수 없기 때문이다.

오, 주여, 저는 죄인이로소이다. 이 어둠을 벗겨주시고 그리스도의 빛 안에 거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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