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어느 날인가?
멋지게 차려입으신 남자 어른이 교실 앞에서 서성거리셨다.
나는 6학년 부장을 찾아온 업자인줄로 생각했다.
앨범, 또는 현장 학습과 관련하여
자기 소개를 하기 위해서 찾아오는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선입견과는 전혀 다른 분이셨다.
바로 우리 반 아이의 학부모이셨다.
학교 후문 앞에서 이발소를 경영하시는 분이시다.
나이는 50대에 들어서신 분이고
역시 이 봉천동 골짜구니에서 십수년을 이 업으로
일관해 오신 분이다.
요즘 남자 이발소는 죽어가는 직종이다.
머리방, 헤어숍, 미용실이 남자들의 머리까지 도맡아서
처리해주니 남자 이용사들은 사라지고 헤어디자이너만 늘어난다.
한때 우리 둘째가 헤어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해서
정말 어떻게 지도해야 하고 난감해 했다.
물론 헤어디자이너가 안좋은 직업이라는 말이 아니다.
전문 디자이너로 활약하는 분을 만나서 한번 이야기를 해보자고 한 적이
있었는데 실천하지는 못했다.
나는 동네 이발소를 단골로 해서
아저씨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정도가 되었다.
요즘 8000원이면 머리도 자르고, 앞면도도 받는다.
그런데 블루클럽이라는 체인점이 생기고 나서부터
그곳을 애용하게 되었다. 블루클럽은 남자머리털 커트를 전문으로
하는 곳인데, 옛날 이발소 개념과 비슷하다.
그런데 종업원은 반대로 여자들이 많아.
혹 남자 헤어디자이너도 있지만 대부분 여자들이 머리털을 손질해준다.
값은 5000원 거기다가 10번 가면 1번은 보너스로 머리털을 깎아주는
제도가 있어서 벌써 보너스를 2번이나 받았다.
한달에 1번은 월례 행사처럼 가야만 시원함을 느끼는
생활 속의 중요한 일정을 이곳에서 계속 치룬 것이다.
그런데 이 학부모님이 찾아오셔서
진한 이야기를 하셨다.
아들이 우리반인데 이놈이 아버지를 자기 아버지로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이발사인 것을 부끄러워 한다는 이야기이다.
"어휴,,,,,,,,,,,,,,,,,,,,,,,, 눈물을 흘리시면서 하시는 이야기를 듣기가
참 민망했다.
소소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이정도에서 줄이고
다음을 기약한다.
하여튼 아버지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
이 형편에서 나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먼저 직업에 귀천이 없음을 이야기했다.
둘째는 요즘 소위 인기 직업, 의사 중에서도 성형외과 의사라든가, 한의사
그리고 기피 직종인 공대 출신 공돌이들(죄송한 표현), 그리고 외과 의사
쉽고 편한 것만 찾아가는 세태를 어떻게 이겨가야 할 것인가?
소질과 적성을 따라서 자기 개발을 하고
정말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하려면
어려움을 이겨가야 한다는 요지의 훈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