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
최대규
붙어 있는 흔적들은 내 몸이 아니다.
비가 오면 씻겨내리고 다른 것이 붙을 거다.
밖에서 오가는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그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깊은 바다가 비추어지고
휘몰아치던 파도는 하늘을 날아오른다
한참을 날아오르다 날개가 꺾이는 순간
깨지지 않는 유리창은 벽이다
벽안에 갇혀서 어제도 살았는데 오늘을 살까
눈으로 굳어버린 차겁고 딱딱한 막을 뚫고
길을 만들어야 한다
잠자던 이웃들이 깨어나 내 속으로 들어오고
나는 꿈꾸던 창밖을 호흡한다.
글자들로 쳐놓은 가람막들은 단번에 뚫고 나가기 어렵다.
비뚤어진 눈을 제자리로 돌리고
쳐진 어깨를 곧추 세우고
절룸거리던 왼발에 기브스를 대고
유리창의 그늘에 숨겨져 있던 대지를 먹을 만큼
걸어가야 한다
어디만큼 가야 하늘에서 소리가 들릴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