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속의 나

 

최대규

 

아침마다

화장실 거울 앞에서

거르지 않고 면벽 수련을 한다.

얼굴에 솟아나오는 생명의 증거

검은 파뿌리를 넘어

이젠 하얀 파뿌리도 여기 저기 보인다.

 

저 속의 나는 누구일까?

두 눈과 눈썹

두 구멍이 있는 코와

열어 보면 무엇보다 부드러운 혀와

어느 것보다 단단한 수십개의 이빨이 숨겨져 있는

두 입술

양옆에 달린 쌍 귀

수북한 머리털

곳곳에 패인 주름들

 

거울 속 나에게 엷은 미소를 보낸다.

너는 누구니?

태양 주위를 달려온지 58년째

아직도 몇년을 더 달려가야 할 지

나도 모르는 나

 

너는 누구니?

무한거울 속의 거울 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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