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심정으로

    

                                    최대규

 

세월호의 참사

끊이지 않은 비분의 소리들이

귀를 적신다.

있어서는 안될 일들이

자연스럽게 관행으로

이루어지는 우리 모습들의

옷벗은 체로 노출이다.

 

우리의 원수가 누구인가?

죄와 사망에 종노릇하는

졸개들이 아니다.

그들도 어쩌면 희생자들이다.

돈 때문에

돈에 팔려서

잘못된 관행에 팔려서

설마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또 넘어가겠지 하고서

대충 처리하는 우리 사회 문화의

희생자들이다.

 

우리의 원수는 누구인가?

죄와 사망을 지배하는 세력이다.

죄와 사망으로 장사하는 그들이다.

죄와 사망의 주인노릇하는 그이다.

 

아버지는 그렇게 슬퍼하실까?

진노하신다고만 생각되었다.

누가 가장 슬퍼하겠는가?

육신의 부모도, 형제도, 가족도

우리 모두가 슬퍼하고 통곡한다.

하지만 진정 그들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아버지도 슬퍼하실까?

 

가슴에 대못을 박히고

슬퍼도 마음껏 울지 못하고

빗물로 얼굴을 훔치시는 그이시다.

 

아버지는 슬퍼하실까?

그 아버지의 심정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누가 그 슬픔에 진정으로 동참할 수 있을까?

 

죄와 사망의 세력에 종노릇하는 자식을 둔

아비들은 이것을 알 수 있을까?

 

하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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