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큼함
최대규
어느 봄날이 이처럼 기분이 좋을까
담벼락에 줄지어 서 한바탕 꽃잔치를
벌릴 개나리 군단이
탄호이저의 나팔수들처럼
노란색 꽃나팔들을 아래로 내리고
일제히 큰 연주할 준비를 하고 있는
이 봄날 오후
이날을 그냥 방에 가두어 둘 수 없다고
반바지에 농구공을 바쳐들고
농구장으로 재빠르게 달려가고
겨우내 몸에 살갗처럼 달라붙어 있던
회색 내의가 이젠 내 살에서 떨어져가기를
바라는 오후
이 상큼함이 내 온몸으로 향기나고
입에선 새노래로 맞이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