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최대규

 

대나무와 소나무가 있었습니다.

대나무는 대가 세고

소나무는 소같았습니다.

 

대나무는 소나무가 싫었고

소나무는 대나무가 싫었습니다.

그 두 사람은

한 곳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따로 제 살림을 차렸습니다.

 

대나무는 바람이 불때마다

대가 세서 휘둘려도 제자리를 지켰습니다.

소나무는 소같아서 웬만한 바람에는

끄덕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나무는 소나무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소나무도 대나무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달라도 서로는 너무 달랐습니다.

그래요. 대나무는 대나무니 소나무가 아니고

소나무는 소나무니 대나무가 아닌걸요.

대나무가 소나무가 되려하면 대가 썩어버릴 것이고

소나무가 대나무가 되려하면 소가 먹어버릴 것입니다.

 

대나무는 소나무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소나무는 대나무와 너무 다르지만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소처럼 고민했습니다.

 

둘은 모두 나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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