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향기


아침 출근길에 만났다.

7반 아이.

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아이

동부 센트레빌 앞 고개 중간

반갑게 인사하고 손을 잡았다.


"아침 먹었니?"

"아니 안 먹었어요."

"그래, 엄마가 밥을 안 차려주셨니?"

"아니요, 차려주어도 아침밥 안 먹어요."

"왜?"

"아침밥 먹으면 속 아파요."


아이 손이 따뜻해졌다.


"앞으로 뭐 되고 싶니?"

"해군장교요."

"왜?"

"친척 삼촌이 해군인데 배를 한번 태워주셨어요."

"그래서 배타는 사람이 되고 싶어?"

"네"


함께 골목길 걷는다.

목련은 지고 새닢 푸릇푸릇

라일락 둥그런 아치 만들며

살포시 꽃 봉우리 펼친다.

냄새가 코에 스친다.


"라일락 향기 아니?"

"아니요"

"냄새 나지?"

"네"


아이에게 

꽃향기 스며들고

아름다운 향기 나기 바랬다.


      < 2006. 4.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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