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에서 나그네 되어

 

                                       최대규

 

가로수길 나무들은

노랗게 물들고

서늘해진 공기 속에

한 잔의 커피향이 솎아 나오는 곳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라고

입소문을 타 남촌의 샌님들이 구경왔다네

 

사람 산 물이 맑다하여

삼청이라.

 

종루의 인경 소리 북으로 들려오니

북촌이라 하는 것인가?

 

삼청을 걷다보면 심신이 맑아지고

옛일이 새록새록 솟아나오는데

한걸음에 역사가 달려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달라 하네

 

미술관, 회랑, 박물관이 나래비서서

나그네를 붙들고

오늘의 정거장에서 옛날을 회상하며

내일을 이야기하자 하네.

 

뒷골목과 좁고 구불구불한 계단

제집도 제맘대로 건드릴 수 없으니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자 함이야

 

좁고 구불구불한 계단을 올라

언덕배기에서 내려다 보면

한옥 지붕들의 버선발 같은 아름다운 선이

눈을 감싼다.

 

이제도 나랏님들이 자주 찾는다는

눈나무집 삼청동 수제비집

전통 식당에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즐비

엑세서리, 옷파는 가게들까지 잘 어우러진 한 마당이 되려나.

옛날을 팔아 오늘을 먹고 살려는 장사배들의

쫄깃쫄깃한  넋을 잊고 살 수 없으리

 

신참 디자이너들이 저마다 손마름으로

지어내놓은 옷들이

북촌 찾는 젊은 아가씨들에게 인기라니

북촌이 옛날의 북촌은 아닌가벼

 

북촌 삼청동엔

박물관과 갤러리

음식점과 카페

공방과 의상실

옹기종기 모여서

일에 지친 도시 나그네들에게

세월 하 무상하니 쉬었다 감이 마땅하다 소리지르네.

 

북촌 8경을 이름 짓고 내로라하며

이리오라 뒷짐에 배불룩 양반 거리

11월에 11자 걸음이 아니라 8자 걸음으로

한 양반 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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