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동 달동네 우리집에서 사당동 전세집으로 이사하면서

책과 서류들을 무진장 많이 버렸다.

사과 박스로만 거의 20박스는 버렸을 것이다.

제일 먼저는 보지 않고 먼지만 쌓여있는 책들을 정리하였다.

신학, 교육학, 기타 교양 서적들

특히 해전사 류의 서적들을 버렸다.

 

이 시대의 경향에 발빠르게 맞추어서 나가지는 못하지만

뒷처지지는 않으려고 애쓰고 있는데

동료교사들 중 젊은 남자 선생님들이 주식과 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계속 지켜보면서 그런 분야에 대해서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내가

별 생각을 다 하게 되었다.

그 많은 책들을 어떻게 구입하였던가?

그때는 돈만 있으면 책을 사려고 했다.

왜 그렇게 책이 좋았던가?

그런데 제대로 독파한 책이 많지 않다.

책의 소유에 대한 욕심만 컸었다 . 책을 소유하면 언젠가는 백발의 할아버지가 되어서라도

한번이라도 읽을 수 있으리라는 소박한 생각을 했었고

무슨 글을 쓸 때 한번이라도 보지 않겠는가? 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책을 장서로 가지고 있으면서 마음만 부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그많던 책들을 정리하면서 결국은 버리지 못한 책들은 아마도 위의 생각 중

어느 하나에 속하기 때문일 것이다.

 

별 생각이란?

바로 이 책을 산 돈으로 그때 주식을 그냥 사두었더라면?

이라는 가정법이었다.

 

이렇게 세월을 따라서 생각을 하게 되다니!

경제적인 문제에 사로잡히게 되면

온통 마음이 거기로만 쏠린다.

헤어나오기가 힘들다.

돈 장난이 아니라 돈 계산을 하다보면 0.0?%가 생각되고

돈을 어떻게 메꾸고 벌리고 하는가로 돈에 사로 잡히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경제적인 측면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생활의 규모가 거기서부터 시작되며 생활의 여유와 양태가 거기서

거의 결정되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이 거기서 결정된다면 과한 말이 되겠지만

돈 때문에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버지는 가난하셨고 무학이시다.

그런 분이 1980년대인가? 포철이 국민주로서 공개될 때

주식을 사두셨다가 내가 결혼할 때 그러니까 1986년에 포철주를

나에게 한 주 주셨다.

그때 나는 아버지의 깊은 뜻을 모르고

주식에 정신이 팔리면 내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으리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바로 은행에 가서 현찰로 바꾸었다.

그때 약 10만원 정도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포철 주는 주당 50만원 정도 하나?

 

별 생각을 다하면서 만약 지금 돈이 있다면 보고 싶은 책을 사겠는가?

아니면 펀드에 투자를 하겠는가? 갈등이 생길 것인가?

 

하영이 한테 이런 말을 막했다.

"책을 사려고 하는데요"라고 말하는 하영이에게

"도서관의 책을 빌려보거라. 책을 되도록 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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