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를 갈 때마다
포항제철을 거쳐서
감포의 해중릉을 보고
몇걸음 지나 감은사 터에 다다른다.
천년 넘게 그 자리에 서 있는
두 개의 돌탑
무엇을 찾으려고 여기에 오르나?
돌덩이에 담겨있는 옛사람들의 뜻을 다시 들어보기 위해서인가?
폐허에 있어도 변하지 않는 이 돌덩이에서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마주하며
무슨 공덕을 널리 알려주려고 하는가?
스러지고 말 것인 줄 알면서도
천년의 세월을 지탱해 온 것만으로도
기특하게 여기고
그렇게 치어다 보려고 하는가?
비슴한 언덕 너머
숨겨져 있어도
역사의 숨결이 숨쉬고 있는 이 돌덩이
한 생명이 스러지어도
말없이 그렇게 서 있었겠다.
하나님의 은혜로 하루를 살면서
그 은혜에 감사할 천년의 탑을 쌓고
하루를 지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