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쓰기

노동에 달라붙은 알맹이

풀꽃마냥 2020. 1. 6. 18:46

노동에 달라붙은 알맹이

 

최대규

 

아침 일찍 출근하라는 소리에

정신을 가다듬고

일터로 나섰다.

 

하루 해가 하늘에 떠 지나가는 동안

지하 사무실 책상을 떠나지 않는다.

작은 모니터를 통해

세상으로 향해 문을 연다.

 

주고 받는 일들이

눈을 통해 머리를 움직이게 하고

잠깐 쉼을 위해 어깨를 펴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기지개를 켠다.

 

벌써 여섯시

온 몸의 힘을 쏟아붓으니

배고픈 입이 벌려진다.

노동에 달라붙은 알맹이를 까먹고

산다.

 

이웃과 함께

에너지를 쏟아붓고 나누며

한몸으로 자라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겨울 눈이 내리다

우산을 촉촉히 적시는

밤으로 마셔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