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쓰기

돌아서

풀꽃마냥 2014. 8. 12. 08:45

돌아서

 

최대규

 

아침 길을

돌아서 간다

 

보라매 공원 정류장에서

여의도 환승역까지

5623번 버스를 타고 서서 간다.

 

노약자석 앞에

머리 희끗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손잡이에 힘겹게 의지하고 서계신다.

 

자리에 앉은 아가씨는

안경 쓴 눈을 내리깔고

연신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린다.

 

한 나그네가 조용히 말한다.

"그대 자리가 아닌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그 자리가 누구 자린데!"

뜨거운 기운이

입에 끓어 오른다.

 

"여기 앉으세요"

앞앞앞 자리 아가씨가

돌아서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