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시쓰기

망가진 우산

풀꽃마냥 2013. 4. 23. 13:52

망가진 우산

 

                           최대규

 

구름을 쳐다보니

비가 올 구름이 아니라서

우산을 들고 오지않았다

 

저녁쯤에나 오리라 생각했는데

점심을 호박 조림으로 가득채우고

직원 식당을 나서자

비가 찔금 거린다

 

약속 시간에 맞추려고

주점부리 일들을 처리하고

정문을 나설 때

촉촉히 내리는 비로 보도블럭이

흠뻑 젖었다

 

5 층에서 우산 하나를 들고 왔다

교문을 나서며

우산을 펼치니

속이 망가진 상태다

버릴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는데도

손에 붙잡고 빗속을 걷는다

 

속 이곳저곳에 송송이 구멍 뚫린

망가진 우산

오늘만 쓰고 버려야겠다

생각하면서도

우산 속에서

빗길을 간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