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마냥 2010. 8. 8. 08:16

[어린이·청소년] '침묵 게임' 시작한 아이들, 말보다 많은 말을 배우는데…

  • 기사 입력 : 2010.08.06 22:49

말 안하기 게임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이원경 옮김|비룡소|180쪽|8500원

미국 뉴저지주 레이크턴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데이브는 같은 학년 린지와 못 말리는 앙숙이다. 남학생측 대장인 데이브는 어느 날 여학생측 대장인 린지에게 남학생 대 여학생으로 '시합'을 하자고 제안한다.

시합의 규칙은 48시간 동안 말을 하지 않는 것. 단 선생님이 말을 걸 경우에는 세 마디까지의 대답이 허용되며, 허용치를 넘기는 한 마디마다 1점씩 벌점이 부과된다.

비룡소 제공
전 학년을 통틀어 가장 시끄러웠던 5학년생들에게 갑자기 찾아온 '침묵'은 놀라운 변화를 일으킨다. 말 대신 글쓰기로 대화를 시도한 아이들은 우선 말하기보다 글쓰기가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상대에게 벌점을 매기기 위해 괴성(怪聲)이나 감탄사도 과연 '말'의 범위에 속하는지를 알아보다 보니 사전을 찾는 습관도 기르게 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꼭 필요한 말만 세 마디로 압축해서 이야기하면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됐다는 것이다. "세 마디로만 말하기는 확실히 어려웠다. 하지만 두 아이는 아주 짧은 말에 많은 뜻을 담아냈다. 마치 짧은 시로 말싸움을 하는 것 같았다."(144쪽)

크리스토퍼 상 등 수많은 아동문학상을 받은 작가는 남녀 간 대결이라는 평범한 소재에 '침묵'이라는 가치를 덧입혀 독특하면서도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주인공들이 침묵을 통해 얻어가는 내면의 성장은 수다쟁이였던 데이브가 말을 줄이기로 결심한 이유와 맞닿아 있다. 인도에 대한 책에서 "간디는 수년간 매주 하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 마음에 질서가 생긴다고 믿었다"라는 글을 읽은 데이브는 '마음의 질서'란 어떤 것인지가 궁금해 침묵에 관심을 갖게 됐다.

'묵언(默言) 수행'을 통해 주인공들이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 장난삼아 시작된 아이들의 시합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지원해주는 교사들의 자세가 바람직한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매체들이 마구잡이로 토해내는 험한 '언어'에 오염된 우리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초등 3학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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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역사기행을 하거나 현장체험학습을 가면서 해보려고 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서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가 갈 정도로 시끄러운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침묵하면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수첩에 적어서 해보라고 했었다.
그런데 잘 되지 않는다.
역시 말은 입으로 주고 받아야 제맛인 모양이다.
이 책의 내용을 잘 살펴보고 아이들에게 과연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 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다.